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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FC/2012

신인같지 않은 신인들

  시즌 초반 리그 순위표의 상위권에 잠시 이름을 올렸던 광주FC. 그러나 지금은 얇은 선수층과 부상선수들의 등장 등 여러가지 악재가 겹치고, 이로 인하여 꾸준한 하락세를 기록하면서 리그 최하위권에 쳐져있다. 아직은 크게 실감이 나지 않지만 곧 시행되는 강등제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팬들이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몇 몇 선수들이 있으니 이들이 바로 올 시즌 프로에 데뷔한 신인 선수들이다. 그 가운데서도 이한샘, 윤기해, 박정민의 활약은 일반적인 신인, 그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작년 광주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는 전문적인 센터백이 이용 선수 외에는 없었다는 점이다. 덕분에 포백 수비진을 구축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었고, 쓰리백 위주의 전술을 펼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광주는 신인 드래프트 때 가장 먼저 전문 센터백인 이한샘 선수를 지명했다.

  하지만 아무리 대학 시절에 날아다녔던 선수들이라고 할지라도 프로와 아마추어는 차이가 있는 법. 따라서 프로에 막 들어온 선수가 기존의 쟁쟁한 프로선수들 사이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아니, 어찌보면 제대로 된 출장기회를 잡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러나 이한샘은 달랐다. 그는 3월 4일 프로데뷔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면서 어엿한 주전선수로 자리 잡았다. 대부분의 신인선수들이 당연히 필요로 하는 적응기간 마저도 이한샘에게는 그다지 필요한 것 같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은 팀 상황에 따라 미드필더와 수비수를 가리지 않고 포지션 변경을 하며 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귀한 선수가 되었다.

 

 

수원과의 홈 경기에서 골을 넣고 환호하는 이한샘 선수

 

  수비수치고는 골도 많은 편이다. 현재 리그에서 13경기 출장 2득점, FA컵 1골을 기록 중이다. 게다가 중거리 슈팅에도 일가견이 있어서 경기 때마다 수시로 상대팀 골키퍼의 간담을 서늘하게하는 슈팅을 날려준다. 광주로서는 복덩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선수이다.

  박정민은 공격수다. 상대적으로 광주의 공격수는 다른 포지션에 비해서 화려하다. 김동섭, 박기동, 복이, 주앙파울로와 경쟁해야 한다. 아무래도 프로에 첫 발을 내딛은 선수에게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박정민은 자기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프로에 적응해가고 있다. 아직 주전 공격수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가끔씩 교체 선수로 등장해서 상대의 골문을 위협하는 그의 모습은 상당히 위력적이다. 특히 포항과의 FA컵에서 골을 넣었던 모습은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인천과의 홈 경기에서 상대 선수들을 따돌리는 박정민 선수

 

  아직은 경험을 쌓아나가는 단계의 신인선수지만 긍정적인 모습으로 경기에 임하는 그의 잠재력과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현재의 모습처럼 꾸준히 경험을 쌓아나간다면 언젠가는 광주FC의 주전 공격수 한 자리는 분명히 박정민의 차지가 될 것이다. 상상하기 싫은 이야기지만, 광주의 주전 공격수들이 언젠가 팀을 떠나게 된다면 기회는 좀 더 빨리 다가올지도 모른다. 박정민을 주목해보자.

  일반적으로 골키퍼는 경험이 굉장히 중요시 여겨지는 포지션이다. 작년 시즌 광주FC의 창단멤버였음에도 불구하고, 단 1분도 경기에 출장하지 못하고 경찰청으로 입대한 조상준 선수의 경우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광주의 주전 골키퍼인 박호진 선수의 나이가 결코 적은 것은 아니지만, 그의 풍부한 경험은 신인 조상준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우리 팀은 아니지만 다른 팀을 보더라도 그러한 것들은 충분히 증명이 가능하다. 전남의 맏형 이운재 선수를 밀어내고 최근 경기에 출장하고 있는 류원우 선수. 2009년에 프로에 입단하여 네 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지만, 그의 경험은 이운재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부족은 경기 기록에서도 나타난다.

  전남은 광주와의 원정경기에서 0:6으로 대패하면서 광주에게 팀 창단 이래 최다득점이라는 기록을 안겨주었고, 이후에도 제주에게 6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두 경기 모두 류원우는 풀타임 출전했다. 과연 이운재가 출전했더라도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

  경남의 김병지는 이운재보다 더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굳건하게 주전 골키퍼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의 경기를 보고 있노라면 여러 차례 탄성이 나온다. 그만큼 그의 자기관리와 경험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속에서 신인 윤기해가 경기에 출장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필자는 윤기해가 최소 3년 동안은 경기에 뛰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호진 다음에는 이정래라는 높은 벽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지극히 어리석은 생각에 불과했다. 박호진 선수와 이정래 선수가 공교롭게도 동시에 부상을 당하게 되면서 윤기해의 출장이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작년 시즌 단 1경기에도 출장하지 못하고 경찰청에 입대한 조상준 선수가 이 사실을 알면 땅을 치면서 억울해 할지도 모를 일이다.

 

 

윤기해 선수의 훈련 모습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 골키퍼는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윤기해는 성남과의 프로 데뷔전에서 여러 차례 경험부족을 드러냈고, 심지어 페널티킥까지 허용했다. 하지만 두 차례의 페널티킥에서 한 번은 선방을 해냈다. 다행히 자신이 허용한 페널티킥이었다. 물론 그 날 경기는 1:2로 광주의 패배였지만, 프로 데뷔전 치고는 기대 이상의 경기였다.

  다음 경기도 윤기해는 선발 출장했다. 강호 울산과의 원정경기. 전반을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후반들어서 아쉽게 2점을 실점하며 또 다시 1:2로 패배했다. 그러나 첫 경기보다는 확실히 안정적이었다.

  세 번째 경기는 수원과의 홈경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기력과 감독에 대한 팬들의 불만이 터져나오면서 수원은 휘청거렸다. 그러나 광주는 창단 이후 수원에게 승리는커녕 단 한 번의 무승부도 기록하지 못했다. 그만큼 수원은 K리그 최고 수준의 팀이다. 게다가 이 날 경기에는 부상에서 복귀한 라돈치치가 후반 교체 출장했다. 그러나 윤기해는 호화군단 수원에게 두 골만을 실점하면서 2:2 무승부를 만들어냈다. 창단이후 수원에게 첫 승점을 얻어내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물론 이 경기에서도 윤기해는 전에 비해 더 나은 경기력을 보였다.

  네 번째 경기는 강원과의 원정경기. 드디어 윤기해는 이 경기에서 프로 데뷔 후 첫 번째 클린시트(무실점 경기)를 기록했다. 비록 광주 역시 득점포를 쏘아올리는데 실패해서 무승부를 기록하고 말았지만, 김학범 감독이 새로 사령탑을 맡으면서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강원에게, 그것도 원정에서 무실점 경기를 펼쳤다는 것은 굉장히 좋은 모습이었다. 이 날 윤기해의 모습은 기존의 박호진, 이정래의 플레이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 조금씩 믿음직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박호진 선수나 이정래 선수가 곧 부상에서 회복하여 그라운드로 돌아온다면 다시 윤기해는 주전 골키퍼 자리를 내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갓 데뷔한 신인선수의 활약치고는 정말 놀라운 모습이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지날 때마다 눈에 띄게 발전하는 윤기해의 모습을 보면 저절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다. 선배들과의 경쟁에서 반드시 살아남아 광주의 첫 번째 골키퍼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 현재의 윤기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여러 가지 악재속에서도 제 갈길을 가기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광주 선수들. 그 가운데서도 신인 선수들이 매일매일 발전해가는 모습은 팬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해준다. 가장 늦게 창단된 막내구단이지만 이러한 신인선수들의 알토란 같은 활약이 더해진다면 광주는 다시 바닥을 치고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광주의 여러 신인선수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격려를 아끼지 말자. 그들이야말로 광주의 미래를 짊어질 가장 확실한 재목들이기 때문이다.


-광주FC 명예기자 정시내(사진), 박양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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