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비와 바람이 불었던 지난 4월 21일, 광주FC U-18팀(금호고등학교)과 광양제철고의 ‘2012 아디다스 올인 챌린지 리그’ 경기가 금호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렸다. 남부지방의 곳곳에 호우주의보와 강풍주의보가 내렸을 만큼 이 날 기상사정은 결코 축구를 하기에 좋은 날씨가 아니었다. 또한 이 날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보던 여러 명의 사람들은 바람 때문에 멀쩡한 새 우산을 버리기도 했다. 참고로 이 날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었던 광주FC U-15팀(광덕중학교)의 경기는 비로 인하여 연기될 정도였다.
광주FC는 지난 15일 ‘옐로더비’라고 불리는 전남드래곤즈와의 광양 원정경기에서 경기 막판 주앙 파울로의 골로 극적인 무승부를 만들어내며 귀한 승점 1점을 획득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승리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불과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리틀 옐로더비’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 경기에서라도 전남을 잡아준다면 광주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매 경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공격을 주도하는 주장 정철우 선수
그러나 시작은 결코 좋지 못했다. 전반 7분 경 전남에게 선제골을 허용하고 만 것이다. 전남의 프리킥 상황에서 올라온 공이 전남 선수의 발에 맞고 광주의 골문을 가른 것이다. 골로 인정되기는 했지만, 볼이 흐르는 궤적을 보니 정확하게 찬 슈팅은 결코 아니었다. 운이 좋게 빗맞아서 들어간, 말 그대로 행운의 골이었다. 아무튼 광주는 0:1로 밀리면서 경기를 하기 시작했다.
전남의 경기력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특히 볼을 잡고 있는 선수를 향한 압박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심지어 사이드 라인에서의 압박은 우리 선수들을 라인 밖으로 밀어낼 듯한 기세였다. 그만큼 그들의 압박은 강했고, 조직적이었다. ‘이런 선수들에게 승리하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비가 와서 더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들의 플레이는 굉장히 거칠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우리 선수들 역시 선제골을 허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그들에게 주눅들지 않고 나름대로 잘 대처했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이 날 전남은 두 장의 옐로카드를 받았고, 광주는 단 한 장의 옐로카드도 받지 않았다. 광주가 얼마나 효과적인 경기운영을 했는지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선제골을 허용한 후 약간은 밀리는 듯한 경기를 보여주어 답답했던 전반전 종료 직전, 드디어 광주의 골이 터졌다. 전반 41분 김명진의 크로스를 받은 수비수 오도현이 골문으로 쇄도하며 멋진 헤딩골을 만들어 낸 것이다. 마치 울산 현대의 골넣는 수비수 곽태휘를 보는 것 같았다. 오도현은 자신의 큰 키를 잘 이용하여 멋진 골을 만들어내며 광주의 분위기를 되살렸다. 아울러 이 골은 후반 내내 광주가 경기를 압도할 수 있었던 좋은 발판이 된 골이었다. 아무튼 광주는 1:1 동점으로 전반전을 마감했다.
이 날 경기의 최고 수훈 선수, 수비수 오도현
후반전의 분위기는 전반전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괜찮았다. 나름대로 패스플레이도 잘 이루어졌고 여러차례의 슈팅도 나왔다. 전반전처럼 상대에게 밀린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았다. 오히려 서서히 광주가 경기를 주도해 나가기 시작했다. ‘두드리면 열릴 것이다’라는 말처럼 그러한 광주의 두드림은 결국 골로 연결되고야 말았다. 그 골의 주인공은 광주의 첫 골을 넣었던 수비수 오도현이었다.
이번에도 크로스에 이은 헤딩슛이었다. 임대준 선수의 크로스를 받은 오도현은 또 다시 번개같이 골문을 향하여 달려들었고, 결국 정확한 헤딩슛으로 연결하여 전남의 골문을 갈랐다. 수비수가 한 경기에서 두 골, 이 정도면 최소한 고등학교 축구에서는 곽태휘 못지않은 득점력이다. 아무튼 2:1로 광주는 역전에 성공했다.
나름대로 전남도 반격을 해 올 것 같았고, 실제로 실점 이후 4명의 선수를 교체하며 광주의 골문을 노렸지만, 사실상 이 날 경기는 오도현의 두 번째 골 이후로 광주에게 급격하게 주도권이 넘어왔다. 경기내내 내렸던 비와 엄청난 세기의 바람으로 인하여 체력적 소모가 심했는지 전남은 더 이상 위력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광주 선수들은 오히려 경기 종반으로 갈수록 온 몸에 힘이 넘쳤다. 볼을 다루는 모습과 선수들의 표정에서도 여유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것으로 경기는 끝났다. 오히려 후반 교체로 들어온 박수영은 후반 30분 쐐기골을 넣으면서 그로기 상태의 전남 선수들에게 완벽한 어퍼컷을 날리며 그들을 쓰러뜨리고 말았다.
쐐기골을 성공시킨 박수영 선수
결국 경기는 3:1 광주의 완벽한 승리로 끝났다. 0:1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힘을 내며 세 골을 몰아넣는 리틀 광주의 무서운 힘. 그리고 매 경기마다 다른 선수들이 득점을 할 정도로 다양한 득점 루트를 갖고 있는 팀. 광주FC U-18팀은 ‘형만 한 아우 없다’라는 속담을 ‘형만 한 아우 있다!’로 바꿔준 멋진 팀이었다.
이 날 승리로 인하여 광주FC U-18팀은 챌린지리그 B조 2위로 순위가 한 단계 상승하게 되었고, 1위를 달리고 있던 광양제철고는 순위가 두 단계 하락하여 3위가 되었다. 이로서 챌린지리그 1라운드 경기는 막이 내렸다. 광주의 다음 경기는 5월 5일 오후 2시 전주월드컵 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전북과의 인터리그 경기다. 챌린지리그 2라운드는 7월 7일 오후 네 시 상주와의 원정경기부터 시작된다. ‘리틀 광주’의 꾸준한 선전을 기대해본다.
-광주FC 서포터 김희원(사진), 광주FC 명예기자 박양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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