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으로 굉장히 실망스러운 경기였다. 경남에게 점유율 면에서는 크게 앞섰지만, 이상하게도 광주가 경기를 압도한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경남이 광주를 압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주 선수들의 몸은 굉장히 무거워 보였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전반 39분에는 허재원 선수가 부상으로 교체되기까지 했다. 최종 경기결과는 0:2로 광주가 패배했으나 실질적으로는 그 이상의 점수로 졌다고 보아도 무방할 경기였다. 그나마 두 점차로 진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경기였다.
2011 K리그 20라운드 광주와 경남의 경기. 광주의 선발 명단은 나름대로 괜찮았다. 경고 누적으로 인하여 서울전에 출장하지 못했던 수비의 중심 이용 선수가 복귀했고, 박병주 선수도 돌아왔다. 항상 상대 공격진을 주눅들게 하는 유종현 역시 든든하게 버티고 있었다.
또한, 허재원, 이승기, 김은선, 박희성이 허리를 받치고, 주앙 파울로, 박기동, 김동섭의 공격진이 선발 출장했다. 주로 후반에 교체출전하는 주앙 파울로 선수가 전·후반 풀타임 출전을 원했기 때문에 선택한 최만희 감독의 결정이었다. 전체적으로 광주의 입장에서는 가용할 수 있는 최고의 멤버로 구성한 선발 명단이었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과 동시에 광주는 경남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광주 선수들은 과거의 패배를 아직 잊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선제골은 경남의 몫이었다. 오른쪽 측면을 돌파하던 정대선은 중앙을 파고 들어오는 서상민을 보고 패스를 연결했고, 서상민은 광주의 수비 두 명을 가볍게 따돌리고 슈팅으로 연결했다. 그리고 그 슈팅은 광주의 골망을 갈랐다. 전반 5분경 일어난 일이었다. 지난 패배를 갚아주기 위하여 열심히 뛰었지만, 안타깝게도 실점은 지난 경남전에서 실점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에서 나오고 말았다.
이후에도 광주는 경기를 지배했다. 하지만 경남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사실 제대로 된 슈팅을 때리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주앙파울로와 박기동, 김동섭으로 이루어진 공격진의 조직력에 문제가 있어보였다.
오히려 수비형 미드필더 김은선의 슈팅이 상대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김은선은 순식간에 공격진으로 올라가서 몇 번의 슈팅을 날렸고, 그중에는 골과 근접했던 슈팅도 있었다. 이 날 상대팀 수문장 김병지 선수의 컨디션이 조금만 더 나빴더라면 골로도 연결될 수 있었던 슈팅이었다. 하지만 이 날 김병지 선수는 90분 내내 환상적인 선방을 보여주며 경남의 골대를 든든하게 지켰다. 광주로서는 굉장한 불운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전반 막판에는 허재원 선수의 부상이 있었다. 심각한 부상같지는 않았지만, 어쨌거나 허재원 선수는 전반 막판 부상으로 인하여 교체되었고, 그 자리에 안동혁 선수가 들어오게 되었다. 허재원 선수 대신에 들어온 안동혁 선수는 굉장히 부지런하게 움직이며 상대팀의 수비진을 뚫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후반에도 경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광주가 경남을 상대로 더 높은 점유율을 유지했던 것도 큰 차이가 없었고, 동시에 상대팀의 수비진을 제대로 뚫지 못했던 것도 마찬가지였다. 광주는 김동섭 대신 조우진을, 박병주 대신 유동민을 투입하며 철저히 공격 지향적으로 나아갔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그 가운데 박호진 선수의 킥 실수로 윤빛가람 선수에게 쐐기골을 허용했다. 평소의 박호진 선수에게서는 거의 보기 힘들었던 광경이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몸이 굉장히 무거워보였다.
후반 33분에는 박기동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 에어리어로 쇄도하던 이승기가 최영준의 태클로 넘어지면서 페널티킥을 얻었다. 하지만 페널티킥 마저도 골대를 맞으며 광주를 외면했다. 골로 인정될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 이승기 선수는 심판에게 어필을 해보았지만, 심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말 지독한 불운의 연속이었다.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더위 때문인지 선수들의 집중력은 점점 더 떨어져보였다. 사소한 실수와 패스미스가 여러 차례 나왔고, 그 때문에 실점 위기도 여러 차례 나왔다. 그나마 광주는 그러한 실점 위기 상황에서 박희성 선수가 몸을 사리지 않고 수비에 가담하여 상대 공격수를 적극적으로 마크해준 덕분에 대량 실점을 막을 수 있었다.
이 날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몸이 무거워 보이는 상황 속에서도 그나마 평소의 플레이를 보여준 선수는 박희성과 김은선이었다. 그 중에서도 정확한 킥을 이용한 패스를 주무기로 삼는 박희성은 이 경기에서도 상대팀의 허를 찌르는 여러 차례의 패스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보다 이 날 더 박희성을 빛나게 했던 것은 적극적인 수비가담이었다. 이 날 광주 선수들은 점유율에서 상대팀을 크게 압도했지만, 여러 차례의 패스미스와 잔실수를 범하며 경남 공격수들에게 역습과 동시에 1:1 상황에 버금가는 위기 상황을 허용했는데, 그 때마다 박희성은 중앙에서 최종 수비라인까지 전력질주하며 상대팀의 공격수를 마크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 체구가 크지 않은 선수라 수비를 하는데 있어서 어려움이 많아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희성은 꿋꿋하게 수비에 가담하며 대량실점을 막아주었다. 아마 이 날 박희성의 그러한 헌신적인 플레이가 없었더라면 분명히 광주는 대량실점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무튼 경기결과는 0:2, 경남의 승리로 마감되었다. 시종일관 광주에게 주도권을 내줬음에도 불구하고 경남은 두 골을 성공시키며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점유율은 굉장히 중요하지만 결코 점유율만 가지고 경기를 이길 수는 없다는 것을 경남은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광주 입장에서는 집중력의 부족이 아쉬운 한 판이었다. 또한, 광주는 이제까지 리그에서 같은 팀에게 두 번의 패배를 당한 적이 없었던 그동안의 기록도 여기서 마감하게 되었다. 패배의 아픔이 더 크게 느껴졌던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경기 후 최만희 감독은 선수들이 자신감은 굉장히 충만하지만 집중력이 떨어진 것을 지적했다. 그리고 동시에 시즌 초의 마음, 처음 본연의 모습을 유지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경남전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컸으나 결과가 좋지 못해서 실망스럽다는 말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공격수들의 골 결정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하지 못하고 있는 선수는 붙박이 주전과 비 주전을 가리지 않고, 팀을 위해서 다른 선수들로 채워갈 수도 있다고 말하며, 내년 시즌을 대비하기 위하여 내년 시즌에도 광주와 함께 갈 수 있는 선수들을 기용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벌써부터 강등제가 실시되는 내년을 바라보며 큰 틀을 짜고 있는 최만희 감독의 모습이었다. 동시에 주전 선수들에게 더욱 분발할 것을 요구하는 감독의 마음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지난 서울 원정과, 이번 경남과의 홈경기에서 내리 패배한 광주는 2연패의 수렁에 빠지게 되었다. 다음 경기는 이번 주 토요일 상주와의 원정경기다. 시즌 초반 가파른 상승세로 선두권을 위협했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후반기가 되자 하위권으로 내려가 버린 상무. 과연 광주가 상주를 잡고 2연패의 사슬을 끊으며 새롭게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요새 가장 유행하고 있는 야구의 유행어 중에 ‘DTD(Down Team is Down)'라는 유행어가 있다. 대략 직역하면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정도의 뜻인데, 과거 김재박 감독이 했던 말이 유행어로 탈바꿈하여 꾸준히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고 있다. LG팬들은 인정하기 싫겠지만, 그 내려갈 팀은 LG를 지칭한다.
필자는 축구에도 그러한 팀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팀은 ‘상무’다. 항상 시즌 초반에는 반짝 상승세를 이어가지만, 상무는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팀이다. 다른 팀에 비해서 동기부여도 부족하고, 멤버 구성도 쉽지 않다. 전역이 다가오는 연말이 되면 이러한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결국 ‘내려갈 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부디 다음 상주 원정에서 광주가 상주를 꺾고 새롭게 도약하며, 상주 상무가 ‘내려갈 팀’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해줬으면 한다.
-광주FC 서포터 정시내(사진), 광주FC 명예기자 박양태(글)-
평점 및 경기기록 (출처 : 한국프로축구연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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