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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FC/2011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2011 K리그 19라운드 광주FC와 FC서울의 경기! 지난 광주 홈경기에서 경기를 압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앙 파울로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하여 패배하고, 감독이 자진 사퇴하는 아픔을 겪었던 서울이 홈에서 광주에게 복수할 기회를 맞았다.

  최근의 광주는 인천과의 원정경기에서 무승부, 강원과의 홈경기에서 승리, 리그 1위 전북과의 홈경기에서도 무승부를 기록하며 3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특히 시즌 초반 1:6의 굴욕적인 패배를 안겼던 전북에게 1:1의 무승부를 기록했던 경기는 단연 압권이었다. 비록 경기 결과는 1:1로 비기고 말았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오히려 광주가 리그 1위 전북을 압도하며 공격적인 경기내용을 보여줬다. 사실 전북 입장에서는 그나마 비겨서 승점 1점이라도 획득한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정도로 광주의 경기력이 좋았다. 반면 광주 입장에서는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승부를 기록했다는 점이 굉장히 안타까웠다.

  어쨌거나 이번 원정은 광주에게 복수의 칼날을 갈아왔던 서울과의 대결이다. 광주 입장에서는 이번 원정에서도 서울을 잡고 서울에게 올 시즌 두 번 모두 승리하기를 바랐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경기에서 광주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약점이란 ‘대체 불가능한 센터백’ 이용 선수의 결장이다. 필자는 수시로 이용 선수의 팀 내 비중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용 선수가 없는 광주의 수비진은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 이용 선수가 FC 서울과의 경기에 결장하게 된 것이다. 이번 경기에 이용 선수는 경고 누적으로 결장했다. 부상으로 인하여 장기 결장을 하는 것은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어쨌거나 광주는 ‘수비의 핵’ 이용 선수 없이 광주에게 복수의 칼을 갈고 있는 서울과 경기를 가졌다. 광주가 수비의 중심 이용 선수와 박병주 선수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하는 반면, 서울은 요즘 골 감각이 절정에 다다른 데얀을 중심으로 큰 전력의 누수 없이 경기를 치렀다. 또한 ‘총알탄 사나이’ 최태욱의 복귀로 인하여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도 있었다. 광주로서는 이만저만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광주는 이용 선수가 없는 자리에 김은선 선수를 배치시켰다. 그나마 이용 선수가 없는 상황을 대비해서 몇 번 그 자리에 김은선 선수를 배치시켰던 최만희 감독의 선견지명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문제는 김은선 선수를 그 자리에 배치시켰던 과거의 상대에 비해서 현재의 서울이 현저하게 높은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아무리 몸을 사리지 않고 터프한 수비력을 보여줬던 김은선 선수라고 하여도 팬들의 입장에서는 자연히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 또한 부상으로 인하여 연속으로 경기에 결장하고 있는 박병주 선수의 공백 역시 광주로서는 큰 걱정거리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날 광주의 경기력은 처참했다. 후반전은 나름대로 광주의 플레이를 펼치며 선전했다고 생각하지만, 그 어떤 관점에서 보더라도 전반전의 경기력은 분명히 기대 이하였다. 이용 선수의 부재로 인하여 전체적으로 수비진들이 우왕좌왕했던 부분도 있지만, 서울의 공격력이 워낙 뛰어났다. 특히 현재 최고의 컨디션을 바탕으로 득점 선수에 올라있는 데얀의 화력이 굉장했다. 그는 전반 5분 만에 선제골을 넣었고, 전반 21분에 만회골을 넣었다. 이어 전반 31분에는 최종환이 골을 넣었고, 전반 막판에 데얀의 어시스트를 받은 몰리나의 골로 광주는 전반에만 0:4로 대량 실점했다. 그리고 사실상 경기는 거기서 끝났다. 세 번째 골을 허용한 이후 최만희 감독은 주앙 파울로 선수를 조기투입 시켰으나 날카로운 서울의 창을 막기에 광주의 수비진은 분명히 부족해보였다.

  반면 광주의 창은 서울의 방패를 뚫기에 부족했다. 전반전 14개의 슈팅 가운데 9개를 유효슈팅으로 연결했던 서울, 3개의 슈팅 가운데 단 1개의 슈팅만이 유효슈팅으로 연결된 광주의 공격력은 확실히 부족했다. 그리고 그러한 가운데 우리 수비진들은 굉장히 고전했다.

  하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티겠다는 정신으로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사실 필자는 개인 사정으로 인하여 이 경기를 본부석에서 관람하게 되었는데 평소에 서포터석에서 관람하던 것에 비해서 선수들의 표정과 움직임을 훨씬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상대에게 무지막지한 공격을 허용하면서도 이를 악물고 뛰는 우리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가슴 한 구석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순간순간 어이없는 실수를 범하면서 결정적인 찬스를 허용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후반이 되자 양 팀의 경기력은 거의 대등해졌다. 6개의 슈팅 가운데 3개를 유효슈팅으로 연결한 서울, 8개의 슈팅 가운데 5개를 유효슈팅으로 연결한 광주. 최소한 수치상으로는 전혀 광주가 서울에게 밀릴 것이 없는 후반전이었다. 점유율에서도 후반은 광주가 서울을 압도했다. 하지만 강력한 한 방이 없었다. 왠지 모르게 서울이 적극적인 공격을 하는 대신에 잠그는 축구를 한다는 느낌도 받았다.

 

 

  후반에는 김홍일 선수와 조우진 선수가 연이어 투입되었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정말 공을 예쁘게 찬다고 인정받지만, 생각보다 그라운드에서는 자주 보기 힘들었던 김홍일 선수, 그리고 경기에 출전할 때마다 화려한 스피드로 상대팀 수비진의 혼을 빼놓는 조우진 선수가 나와서 굉장히 눈길이 갔다. 그리고 두 선수는 나름대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상대팀의 수비진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김홍일 선수의 패스와 조우진 선수의 빠른 발이 각자의 위치에서 움직이기 시작하자 상대팀 수비진의 빈틈도 보이기 시작했고, 그래도 후반은 전반에 비해서 꽤 볼만한 경기가 되었다.

 

 

  전반 막판 투입된 주앙 파울로 선수 역시 변함없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 날은 브라질에서 파울로 선수의 가족들이 경기장을 찾았는데, 그들 역시 파울로의 경기력을 잘 보았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경기를 승리로 이끌지 못한 점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주앙 파울로 선수의 활약이 간접적으로나마 김동섭 선수의 골로 연결되어서 아쉬움이 덜했던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그리고 한 골이라도 성공시켜서 영패를 모면했다는 것 역시 불행 중 다행이다.

  아무튼 광주는 전반에만 네 골을 허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후반에는 전열을 잘 가다듬고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여주며 추가실점을 막고, 한 골을 추가했다. 결국 최종 스코어는 1:4로 서울이 승리했다. 초반의 대량실점으로 인하여 후반에는 추격의 동력을 완전히 상실해버린 감이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비수들의 부재를 생각해본다면 충분히 잘 싸워준 경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 날 경기에서는 전체적으로 우리 수비진들이 굉장히 고생을 많이 했다. 또한, 상대팀의 공세들를 몸을 사리지 않고 막아냈던 수문장 박호진 선수의 선방도 돋보였다. 하지만 이들의 고생을 무시하듯, 이 날 경기에서의 최저 평점에는 우리 수비진들이 고루 분포되어있다. 물론 수비수들이 대량실점의 가장 큰 원인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하여 수비진들의 고생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필자는 이 경기의 수비진 가운데 특히 김은선 선수와 유종현 선수를 칭찬해주고 싶다. 두 선수 모두 결과와 관계없이 ‘심장이 뛰는 한 광주답게’ 열심히 뛰어줬기 때문이다.

  우선 자신의 주 포지션이 아닌 위치에서 90분 내내 엄청난 고생을 했던 김은선 선수다. 우리팀에서 그나마 이용 선수를 대신하여 중앙 수비를 맡을 수 있는 선수가 김은선 선수인데, 상대팀의 날카로운 창을 막느라 이 날 내내 김은선 선수는 엄청난 고생을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역부족이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골을 허용할 때마다 자책하면서 투쟁심을 불태웠던 김은선 선수. 비록 이 날 대량실점의 주요 루트가 되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어린 선수답게 적극성과 투지를 잃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는 점에서 필자는 김은선 선수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자기 포지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팀과 팬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주는 그의 모습은 분명히 박수받아야 마땅하다.

 

 

  유종현 선수는 언제나 그랬듯 타고난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상대 선수를 압도하는 타입이다. 그런데 타고난 헤딩실력 외에도 이 날 경기에서 유종현 선수는 상대팀의 이승렬 선수를 효과적으로 방어했다. 정말로 이승렬이 드리블을 할 때마다 그의 앞에는 유종현이라는 벽이 기다리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승렬은 유종현 때문에 제대로 된 공격을 시도해보지도 못했고, 결국 후반 중반 교체 아웃됐다. 필자가 이승렬 선수의 머릿속을 열어볼 수는 없지만, 유종현 선수 때문에 참 짜증났을 법도 하다. 이승렬 선수 외에도 여러 선수들이 유종현의 헤딩 때문에 공격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필자의 옆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서울의 팬 역시 유종현 선수의 헤딩 높이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

  후반 막판 유종현 선수는 다리에 쥐가 나기도 했다. 그가 얼마나 그라운드를 줄기차게 뛰어다녔는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부분이다. 또한 그는 헤딩 외에도 여러 차례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하며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볐는데, 그의 탁월한 신체조건은 슬라이딩 태클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이 날 유종현 선수의 슬라이딩 태클 시도가 꽤 많았던 것 같은데 그 때마다 교묘하게 상대 공격수의 다리를 피해 공만 건드리는 태클 신공을 보이며 상대팀의 공격흐름을 차단했다. 키 196짜리 선수가 사력을 다해 태클을 하며 들어오니 상대팀 선수로서는 생명에 위협을 느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유종현 선수 역시 평점과 관계없이 아낌없는 박수를 받아야 할 것이다.

  아무튼 우리 수비진들은 주전 수비수들의 공백을 이 대신 잇몸으로 최선을 다해 막아냈다. 이용과 박병주가 있는 것보다는 못하겠지만, 그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충분히 최선을 다했다. 명장 최만희 감독의 입장에서도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서 할 수있는 한 최선을 다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객관적으로는 1:4의 완벽한 패배였지만 우리 선수들은 아직 신인 선수들이 대다수이다. 대패를 당하고, 좋지 못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더라도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직까지 채찍보다 당근이다. 수비진이 엉망으로 무너졌느니 개판이니 하는 자극적인 말보다는 아낌없는 격려를 해주자. 그러한 격려 가운데 우리 어린 선수들은 좀 더 잘 자랄 수 있다고 본다. 선수들 역시 쓸데없는 자책보다는 이러한 패배를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제 K리그는 다시 2주간의 휴식기간에 돌입한다. FA컵에서 아직 탈락하지 않은 팀들은 FA컵을 치르느라 휴식시간이 짧아지겠지만, 광주는 이와 상관이 없다. 2주간의 짧지 않은 휴식기간동안 좀 더 조직력을 가다듬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여 경남과의 홈 경기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아직 광주는 리그에서 패배를 당한 팀에게 다시 패배를 당한 경험이 없다. 지난 경남과의 경기에서 당한 0:1의 패배를 팬들은 아직 잊지 않고 있다. 부디 이번 홈 경기에서 그 때 당한 패배의 아픔을 말끔하게 씻고 새롭게 도약하는 주작들이 되기를 기대한다.

 

-광주FC 서포터 정시내(사진), 광주FC 명예기자 박양태(글)-

 



평점 및 경기기록 (출처 : 한국프로축구연맹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