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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FC/2011

진정한 닥공축구는 광주가 한다!

  2011 K리그 18라운드 광주와 전북의 홈 경기! 참으로 코 끝이 찡했던 경기였다. 광주FC의 모든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팬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아마 그 경기를 지켜본 모든 사람들이 필자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지난 전북 원정에서 1:6이라는 대패를 기록했던 터라 비록 홈에서 열리는 경기이지만 또 다시 그 때와 같은 대패를 하지는 않을는지 굉장히 걱정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전북은 현재 K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팀이다. 최근 페이스가 좀 뜸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솔직히 전북의 축구는 ‘닥치고 공격’이라는 말처럼 공격 위주의 경기를 전개하기 때문에 굉장히 재밌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최소한 필자의 기준으로 K리그 내에서 전북보다 재미있는 축구를 구사하는 팀은 아마 없는 것 같다.

  또한 전북은 스타플레이어들이 즐비하다. 특히 필자는 이동국 선수와 이승현 선수를 굉장히 좋아한다. 사실 광주에 상무가 들어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필자는 전형적인 ‘동까’였다. 이동국이 얼마나 싫었던지 이동국이 다른나라로 이민을 가버렸으면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던 이동국을 광주 상무에서 직접 가까이 봐 오면서 필자는 이동국의 열렬한 팬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필자에게 있어서 싫어하던 선수가 좋아하는 선수로 바뀐 경우는 이동국이 유일하다. 그만큼 이동국은 클래스가 다른 선수다. 항상 그를 따라다니는 불운 때문에 정말 수도 없이 많은 욕을 먹어왔지만, 그래도 필자는 이동국 선수를 굉장히 좋아한다.(하지만 우리 광주선수들 만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전북 팬들은 그가 클럽에 충성하기를 바라며 그의 국대 차출을 반대하겠지만,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는 그가 브라질 월드컵에 꼭 출전하여 2002년 월드컵의 황선홍처럼 멋지게 명예회복을 하고 은퇴하기를 바란다.

  이승현의 경우는 전에도 기본적인 실력은 있는 선수였지만, 전북에 와서 제대로 꽃을 핀 경우다. 워낙 잘하는 선수라서 길게 말할 필요조차 없지만, 특히 그의 전매특허인 빠른 발은 정말 위력적이다. 사실 광주가 전북과의 원정경기에서 1:6으로 소위 ‘탈탈 털린’ 가장 큰 이유는 그의 빠른 발이었다. 수비 뒷공간을 집요하게 파고든 그의 플레이 덕분에 우리 선수들은 그의 플레이 스타일을 알면서도 톡톡히 고생을 했고, 원정을 갔던 우리 팬들 역시 굉장한 실망감을 안고 돌아왔다. 게다가 이승현 선수는 거칠기도 하다. 전북 원정에서 우리팀의 이승기 선수에게 자꾸 볼과 관계없이 머리를 들이밀던 그의 행동을 필자는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정말 돌리고 있던 깃발을 그에게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그 어떤 감독, 그 어떤 팬이라도 그런 선수가 우리 팀에 있다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것이다. 야구로 따지면 SK의 정근우나, 기아의 이용규가 그와 같은 경우가 아닐까 싶다.

  우리 선수들은 전북에게 당한 대패를 설욕하기 위해서 굉장히 벼르고 나온 듯 했다. 그들의 플레이 자체에서 비장함이 묻어났다. 또한 구단은 강원전과 전북전에 올인하기 위해서 선수단의 인터뷰도 2주간 거절했다. 얼마나 우리 선수들이 전북에게 칼을 갈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반면 전북은 우리 선수들을 얕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우리 선수들이 칼을 갈고 있을 때, 지역의 학교에 가서 일일교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또한, 원정팀은 기본적으로 하루에서 이틀 전에 원정 지역에 도착하여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전북은 경기 당일 광주에 도착했다. 그들의 생각으로는 광주와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그날 도착해서 바로 경기를 해도 광주 따위는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보다.

  어쨌거나 경기가 시작되었다. 아쉽게도 광주의 홈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이 날 경기장의 분위기는 전북의 홈과 다름이 없었다. 필자가 아는 전북 서포터의 말에 의하면 이날 7대의 원정버스가 광주로 왔다고 한다. 또한, 개인적으로 차를 가지고 온 원정 응원단도 상당수가 있고, 가족단위로 온 팬들도 많았다고 한다. 결국 홈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인원수 때문에 광주 선수들은 홈 어드밴티지를 거의 누리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그깟 원정팀 응원단의 인원수에 압도당하는 선수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이미 리그에 완벽하게 적응한 프로 선수였다. 더 이상 1:6으로 대패하고 고개를 떨구던 병아리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경기 초반 전북 선수들이 기선제압을 위해 무지막지하게 공격을 퍼부었지만, 그러한 분위기에 전혀 말리지 않았다. 차분히 그러한 상황을 막아가면서 우리만의 플레이를 했다. 결국 광주는 이 날 경기에서 비록 근소한 차이였지만, 점유율에서 전북을 압도했다.

  광주는 이 날 경기 초반 예상하지 못한 암초에 부딪히고 말았다. ‘유록바’ 유종현 선수가 상대 선수의 거친 플레이 때문에 조기 교체된 것이다. 큰 키와 탁월한 몸싸움을 앞세워 상대 공격진들을 초토화시키는 그가 빠졌다는 것은 광주에게 굉장히 큰 악재였다. 실제로 1:6으로 대패했던 전북 원정 경기에서도 후반 유종현의 교체 이후에는 확실히 수비에 안정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대량실점했던 전반에 비해서 후반에는 실점도 확실히 줄었다.

  유종현이 나간 빈자리에는 임선영이 들어왔다. 오랜만의 경기 출장이라 걱정이 된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그는 물을 만난 고기처럼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나갔고, 중간중간 그가 그렇게도 존경한다던 지단같은 플레이를 보여주기도 했다. 확실히 그는 유종현의 빈 자리를 든든하게 채워줬다. 광주의 입장에서는 그가 굉장히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경기 초반 정신없이 전북의 창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 했던 우리 선수들은 전반 중반이 지나자 서서히 정신을 차리고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면서 전북의 골대를 두드렸다. 요새 한창 물이 오른 이승기 선수와 캡틴 박기동의 활약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또한 이들을 지원하는 선수들의 모습도 확실히 이전과는 달랐다.

 

 

  허재원 선수는 나름대로 팀의 고참급 선수답게 과감한 플레이를 보여줬고, 슈팅을 하기도 했다. “기동이, 동섭이 골 많이 넣게 잘 도와줘야죠”라는 그의 말처럼 그는 든든하게 공격수들의 공격에 힘을 보탰다.

  요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박희성의 활약도 좋았다. 사실 필자가 보기에 전북원정에서 1:6의 대패를 한 가장 큰 원인은 박희성이었다. 그 경기에서 박희성의 뒷 공간은 이승현의 밥이었다. 박희성이 백업을 하기도 전에 빠른 발을 이용하여 그의 뒷 공간을 끈질기게 괴롭힌 이승현 덕분에 전북은 대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전북과의 리벤지 매치에서 보였던 박희성의 활약을 굉장히 높게 평가한다.

  그는 더 이상 전북에게 원정에서 대패했을 때의 박희성이 아니었다. 자로 잰듯한 패스를 통해서 우리팀의 공격 시발점이 되었고, 빈 공간을 적절히 파악하여 상대팀 수비진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확실히 몇 달 전에서 비해서 부쩍 성장한듯한 모습이었다. ‘시나브로’ 발전하는 선수가 아니라, 정말 눈에 띄게 하루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선수가 바로 박희성 선수다. 그의 발전을 더욱 더 기대해 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전북은 전반전 경기 내용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로브렉과 김동찬을 투입한다. 하지만 선수 교체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더 이상 광주를 상대로 ‘닥공 축구’를 구사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 날은 광주가 전북을 상대로 ‘닥공 축구’가 뭔지 확실히 보여줬다. 선취골은 광주의 몫이었다. 전후반 내내 활발한 공격력을 보여준 이승기 선수가 스피드를 앞세운 과감한 돌파를 통해 넘어지면서 슈팅을 했고, 이는 상대 골문을 깔끔하게 갈랐다. 리그 11위의 광주가 리그 1위의 전북에게 골을 넣자 광주 응원석은 축제의 분위기가 되었다. 반면 초록색 물결이 가득했던 원정 응원석은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이승기의 한 방이 이 경기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광주로 뺏어온 것이다.

  이후 우리 선수들은 달고있던 모래주머니라도 떼어버린 듯 부담감 없이 경기에 임했다. 하지만 전북에게 동점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하지만 전북 입장에서는 반가워할 일이 결코 아니었다. 그들이 골을 넣은 것이 아니라 광주의 김수범이 기록한 자책골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측면 돌파를 막기 위해서 김수범 선수가 끝까지 쫓아가 태클까지 연결했지만, 불운하게도, 정말로 불운하게도 김수범의 몸을 맞고 공은 광주의 골대를 갈랐다. 하지만 결코 김수범을 탓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는 최선을 다해 상대 공격을 막기 위해 몸을 날렸고, 단지 불운하게 결과가 좋지 못했던 것이다. 아마 김수범이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더라면 분명히 그 빈자리를 틈타서 전북은 골을 성공시켰을 것이다. 이왕 실점할 것이라면 비록 자살골이라고 할지라도 차라리 우리가 골을 넣어버리자. 물론 프로 첫 데뷔골을 자살골로 기록해버린 김수범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안타깝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온몸을 던지며 전후반 풀타임으로 활약했던 김수범 선수에게 박수를 보낸다.

  동점골을 허용하게 되자 이제 명장 최만희 감독이 칼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그는 수비적인 전술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공격수를 보강했다. ‘닥공 축구’를 외치는 최강희 감독에게 진정한 ‘닥공 축구’를 보여주기 위한 최만희 감독의 선택이었다. 부상으로 경기출전이 불가능한 주앙 파울로를 대신에 최만희 감독은 25번 김성민 선수와 우리팀에서 가장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조우진 선수를 차례로 투입했다.

 

 

  김성민 선수는 비록 경기에 자주 출전하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우리 주전 공격수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특히 몸을 사리지 않고 과감하게 상대 수비수에게 저돌적인 플레이를 보이는 그의 모습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저 정도면 충분히 더 많은 기회를 부여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스피드도 굉장히 좋아서 전북 수비수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상황을 여러차례 연출했다.

 

 

  김성민이 미친 활약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조우진 역시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이 날 경기에서는 MOM에 이승기 선수가 선정되었지만, 조우진 선수의 활약이 결코 여기에 뒤지는 것은 아니었다. 조우진이 부족했던 점은 골. 단지 골 하나 뿐이었다. 조우진은 이승현이 전혀 부럽지 않을 정도의 만점 활약을 보였다. 정말 그의 발에는 모터가 달린 듯 했다. 전북 원정에서 우리 수비진들이 이승현에게 탈탈 털렸던 그 때의 상황이 다시 오버랩되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우리 조우진 선수가 전북의 수비진들을 탈탈 털어줬다. 정말 속이 시원하더라.

  결국 경기는 1:1의 무승부로 막이내렸다. 1:6으로 대패했던 리그 1위 전북을 상대로 충분히 좋은 결과를 냈다. 사실 우리에게 조금만 운이 더 따라줬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였다. 경기내용에서 확실히 광주는 전북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장 내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 때문에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되었고, 전북 원정응원단의 압도적인 응원속에서 이루어낸 결과라 충분히 가치있는 경기였다. 아마 전북의 최강희 감독은 진정한 ‘닥공 축구’가 뭔지 확실히 보고갔을 것이다.

  경기 후의 인터뷰에서 최강희 감독은 전북에게 있어서 광주와 비긴 것은 진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명장 최만희 감독 역시 지지 않고 응수했다.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비겨서 아쉽다”라고!

  앞에서 말했듯이 이 날 경기의 MOM에는 ‘광주의 아들’ 이승기 선수가 선정되었다. 경남의 윤일록과의 신인왕 경쟁에서 그는 한 발 앞서있는 느낌이다. 본인 또한 경기 후 인터뷰에서 “신인왕 해보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며 신인왕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동시에 “엄마가 겸손하게 말하라고 했는데......”라는 말을 남기며 어린 선수다운 귀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날 경기의 활약으로 이승기 선수는 2주 연속으로 라운드 베스트 일레븐에 선정되었다. 신인 으로서는 참 미친 활약이다. 그는 당당하게 ‘전북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라며 당당한 모습으로 이야기했다. 덧붙여서 여름철의 야간 경기 덕분에 체력적으로 부담이 많이 줄고, 경기력 또한 좋아지고 있다며 요즘의 활약에 대해 설명했다. 앞으로도 그의 활약은 계속될 것이 확실하다. ‘광주의 아들’ 이승기를 주목해보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전북! 아직까지 리그에서 패배를 안긴 팀에게 다시 붙은 경기에서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던 광주FC는 이 기분좋은 징크스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명장 최만희 감독은 그 원동력을 우리 어린 선수들의 뛰어난 학습 능력에 있다고 본인보다 우리 선수들을 칭찬했다. 하지만 분명히 그 원인은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하나된 힘에 있다고 본다.

  이제 다음 경기는 서울에서 열린다. 팀의 수장이 광주와의 경기 때문에 사임했다는 점에서 그들은 확실히 광주를 상대로 설욕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도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들이 강하게 나올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물이 오른 골 감각을 과시하며 광주의 골문을 노리는 데얀의 활약이 기대된다. 하지만 서울은 데얀에 대한 공격 의존도가 매우 높다. ‘데얀 FC’라고 불러도 크게 반박하기는 힘든 팀이다. 과연 광주가 서울을 상대로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경기장을 찾든 중계를 통해 시청하든 우리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사랑과 관심을 보여주자. 그것은 전북 전에서 ‘심장이 뛰는 한 광주답게’ 플레이 해준 우리 선수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광주FC 서포터 정시내(사진), 광주FC 명예기자 박양태(글)-

 

 

평점 및 경기기록 (출처 : 한국프로축구연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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