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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FC/2011

불운과 골 결정력 부재로 인한 아쉬운 패배

  2011 K리그 광주FC와 상주 상무의 21라운드 경기. 상주는 광주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팀이다. 홈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했고, 컵대회 상주 원정에서는 3:2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팀은 약속이나 한 듯 후반기 들어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즌 초반 1위를 달리던 상주는 갑자기 하락세를 보이며 순위표에서 광주 바로 밑까지 내려오게 되었고, 광주 역시 후반기 들어서 썩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두 팀 모두에게 반전이 필요한 상황이고, 이 경기는 두 팀 모두에게 그러한 반전의 시작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번에도 상주에서의 멋진 승전보를 울리기 위해 원정 응원단은 상주로 향했다.

  필자는 상주 시민운동장에 올 시즌 컵 대회를 보기위해 딱 한 번 가보았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없지만 축구장의 분위기가 마을 잔치와 같았다는 것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그런점은 이번 경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상주라는 지역은 상무가 생기면서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지역이지만, 상주의 축구열기와 축구장의 분위기는 분명히 다른 지역에 비해 매력적이었다. 상주의 분위기는 마치 90년대 초반 광주 무등경기장의 분위기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그들은 축구도 축구지만 축구를 통해 자기 고장을 알리고자 하는 의도가 강해보였다. 일반적으로 원정경기를 가보면 원정팀은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떤 팀은 원정응원단에게 일반인, 학생 구분없이 바가지 입장료를 씌우는 경우도 있고, 어떤 팀은 홈팀 응원석은 가변석을 설치하여 가까이에서 응원을 하게 해놓고, 원정 응원석은 가변석을 설치하지 않아서 멀리 떨어져서 응원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또 어떤 팀은 원정 응원석에 대형 스피커를 설치하여 응원소리가 스피커 소리에 묻히게 만들기도 한다. 또한,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구단들은 전광판을 1개씩만 가지고 있는데, 전광판의 설치 위치가 거의 원정 응원석위에 설치되어 있는 바람에 원정 응원단은 전광판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주 역시 전광판의 경우는 이와 동일했다. 하지만 기본적인 마인드에 있어서 상주는 분명 다른 팀과 달랐다. 원정 응원석에 원정응원단을 환영하는 플래카드를 다는가 하면, 원정 응원단에게 수박과 물도 제공했다. 근 10년간 K리그를 보러 다니면서 원정응원단에게 먹을것과 마실 것을 가져다 주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또한,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도 색다르다. 일반적으로 자기팀의 선수만을 응원하고, 상대팀 선수에 대한 언급은 피하는 것이 보통인데, 상주에 가면 원정팀 선수에게도 박수를 쳐달라는 멘트가 이따금씩 나온다. 그들은 말 그대로 축구라는 축제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남녀노소가 모두 축구장에 와서 축구를 즐기는 것 같았다. 실제로 상주에 가면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할머니가 경기장을 찾는 모습을 매우 쉽게 볼 수 있다. 참으로 부러운 일이다.

  아무튼 훈훈한 분위기 속에 경기가 시작되었다. 광주는 이번 상주 원정에서 큰 손실을 안고 경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김은선과 유종현의 경고누적으로 인한 출장정지이다. 실제로 이 선수들의 결장으로 인하여 광주는 평소와 같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수비 부분에서 두 선수의 공백이 크게 느껴졌다.

 

 

  이 날 광주의 수비진은 이용과 박병주, 정우인이 나섰는데, 아무래도 장신 수비수인 유종현의 부재로 인하여 헤딩을 통한 공중볼 경합에 어려움이 굉장히 많았다. 하지만 결장한 선수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하여 나머지 선수들은 혼신의 힘을 다했다. 전체적으로 수비진들의 투혼이 빛나는 경기였는데, 그 중 이용 선수의 활약이 돋보였다. 또한 수비라인이 뚫리는 아찔한 상황마다 김수범 선수가 어디선가 나타나서 볼을 처리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볼 수 있었는데, 그 덕분에 여러 차례의 실점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비록 두 골을 허용하며 무너졌지만, 분명히 상주전은 지난 경남과의 홈경기보다는 나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특히, 김은선과 유종현의 결장을 생각해본다면 더더욱 그러했다. 무엇보다도 선수들의 하고자하는 의지가 돋보였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 날 전후반 양팀의 볼 점유율은 거의 비슷했다. 하지만 광주는 상주가 가지고 있는 골 결정력을 가지지 못해 0:2로 패했다. 최근 들어 빈곤한 공격력을 보이고 있는 광주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다. 또한 광주는 불운하게 전반도 다 채우지 못하고 스트라이커 김동섭을 잃었다. 예상치 못한 부상 때문이었다. 결국 전반 35분 김동섭 대신에 주앙 파울로가 들어왔다. 하지만 주앙 파울로 역시 최근의 부진을 이어가며 골 사냥에는 실패했다. 그나마 박기동 선수의 플레이가 괜찮았고, 몸놀림도 가벼워보였는데, 그 역시 2% 부족한 골 결정력을 보이며 득점에 실패했다.

 

 

  변명은 필요없다. 90분 내내 경기를 지배하고, 압도적인 볼 점유율을 기록해놓고도 골을 넣지 못하면 지는 것이 축구고, 골로 말하는 것이 축구다. 그리고 광주는 그 골을 넣지 못했고, 상주는 그 골을 넣었기 때문에 경기에서 승리했다.

  광주는 후반 반전을 위해서 유동민과 조우진의 카드를 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들 역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상주의 수비진이 더 탄탄해보였다. 결국 후반 막판 김정우에게 쐐기골을 허용하며 광주는 상주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지난 한일전을 뛰고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역시 국가대표답게 김정우는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는 교체되어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풀타임을 뛴 선수보다도 멋진 활약을 보였다. 전반 40분에 들어와서 총 4개의 슈팅과 2개의 유효슈팅, 그리고 한 골. ‘역시 김정우다’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준수한 활약이었다. 특히 그의 쐐기골은 광주 선수들을 드러누울 수밖에 없게 만든 골이었다. 상대팀 입장에서는 참 힘 빠지는 골이다.

  하지만 90분 내내 온 몸이 부서지게 뛰었던 선수들을 본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뿌듯했다. 물론 매 경기 노출되는 수비진의 몇 가지 문제점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생팀답게 항상 패기있는 경기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선수들은 충분히 박수받을 자격이 있다. 단지 팬의 입장에서 3연패의 수렁에서 하루 빨리 나왔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경기 후에는 상주 구단에서 마련한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경기에서 지고 난 직후라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경기장의 하늘을 수놓은 불꽃들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이 날 상주 구단의 모습은 분명히 처음부터 끝까지 감동의 연속이었다. 자연히 상주라는 지역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질 수밖에 없다. 부디 광주도 이러한 부분을 잘 벤치마킹해서 광주라는 도시를 알리는데 광주FC가 조금이나마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다음경기는 원정에서 경기 종료직전 역전골을 넣으며 광주에게 패배를 선사한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다. 원래는 대구와의 원정 경기가 예정되어있지만, 그 경기는 10월 9일로 연기되어 이번 주말 광주는 경기가 없다. 부디 1주일의 휴식기간 동안 재정비를 잘 해서 다시 새로운 반전을 보여줄 수 있는 광주FC가 되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항상 부족한 여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싸우는 선수들에게 질책보다는 격려를 해주고, 사랑과 관심을 보여주자. 선수들은 팬들의 사랑과 관심을 먹고 산다. 특히 신인 선수들은 더욱 더 그렇다. 부디 제주와의 다음 홈경기는 더 많은 팬들이 광주 월드컵 경기장을 찾아 우리 선수들의 멋진 리벤지 매치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자. 팬들의 환호와 격려가 커질수록 선수들은 더욱 더 힘을 낼 것이고, 그런 가운데 멋진 승리의 감동도 선사해 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광주FC 서포터 정시내(사진), 광주FC 명예기자 박양태(글)-

 

 

평점 및 경기기록 (출처 : 한국프로축구연맹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