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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FC/2011

무관심 속에서 값진 성과를 얻어낸 광주FC의 유소년 선수들


  지난 8월 16일부터 26일까지 11일간 경북 영덕군에서는 ‘IBK기업은행 제47회 추계 한국중등(U-15)축구연맹전’이 뜨거운 관심 속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 대회에서 광주FC U-15(광덕중)팀은 저학년 리그의 청룡그룹에 참가하여 결승전에 올랐다. 아쉽게도 결승전에 올라 우승컵을 거머쥐는데에는 실패했으나 결코 넉넉하지 않은 지원 속에서도 이런 큰 대회에 나가서 결승전까지 올랐다는 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그럼 지난 8월 26일 열렸던 울산 현대중과의 결승전 경기를 살펴보자.

 

 광주FC U-15(광덕중)팀과 울산현대 U-15(울산 현대중)의 경기 전 모습

 

  김성구 감독이 이끄는 광주FC U-15(광덕중)팀은 4-4-2 전형으로 경기에 임했다. 골키퍼에는 남기환, 수비에는 박진영, 김동현, 임강민, 박준형이 배치되었다. 허리 라인에는 엄원상, 주승찬, 정효준이 배치되었고, 최종 공격수에는 류제효와 정상규가 나왔다. 전체적인 선수들의 특색은 커녕 이름도 모르는 선수들이라서 사실 뭐가 뭔지 상황파악이 잘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점은 팀 전체적으로 상대 선수들의 체격이 우리 선수들보다 훨씬 컸다는 것이다. 정말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양팀 주장의 경기 전 모습. 신장의 차이가 상당하다.

 

  이날 출장한 우리 선수들 가운데 그나마 가장 큰 선수는 36번을 달고 뛰는 임강민 선수였다. 구단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그의 키는 174센티미터이다. 중학교 1학년 학생(이 대회 저학년부는 중학교 1학년만 뛰는 리그다.)의 키가 174라면 굉장히 큰 키이지만, 상대팀인 울산 현대중은 이보다 더 큰 선수들이 상당히 많았다. 정확하게 재보지는 않았지만, 상대팀의 가장 큰 장신선수는 키가 190대라고 한다. 광주FC의 최장신 선수인 유종현 선수의 프로필상 신장이 196이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입이 딱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필자도 그 선수를 실제로봤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아도 정말 내가 본 그 선수가 중학교 1학년 선수가 맞는지 믿기 힘들다. 150대의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던 우리팀이 그들과의 싸움에서 쉽게 이길 것 같지는 않아보였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결승전까지 전승으로 올라온 선수들이라고 한다. 그래서 걱정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기대가 되기도 했다.

  어쨌거나 경기가 시작되었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채 3분도 되지 않아서 광주는 한 골을 허용한다. 상대팀의 주장 선수에게 허용한 슈팅이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그 공격수로 선발 출장한 그 주장선수는 한눈에 보기에도 우리 선수들보다 훨씬 커보였다. 일반 성인이라고 보아도 무방한 그런 선수였다.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골을 허용해버려서 힘이 쭉 빠질뻔햇지만, 우리 선수들은 기죽지 않았다. 또한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경북 영덕까지 먼 발길을 한 선수들의 부모님들도 전혀 기죽지 않고 우리 선수들을 더 열심히 응원했다. 첫 골을 성공시킨 상대팀의 주장은 전반전 내내 우리 수비진을 괴롭혔다. 신장의 차이가 너무 났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광주선수들이 불리한 상황이었으나 그나마 임강민 선수가 큰 신장을 이용하여 나름대로 수비를 열심히 해주어서 대량실점을 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이후 울산 현대중은 첫 골을 성공시킨 주장을 전반 중반 이후 수비수로 내리고, 그 자리에 최장신 선수를 집어넣었다. 성인들이 달려들어도 최소한 헤딩에서만큼은 이기기 힘들 정도로 그 선수의 키는 엄청났다. 솔직한 말로 그 선수는 점프를 할 필요도 없어보였다. 까치발만 들고 고개만 대충 흔들어대도 공중볼을 따내는데에는 부족함이 없어보였다. 하지만 그는 득점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대신 울산 현대중은 또 다른 수비수가 공격까지 가담하여 추가골을 넣었다. 광주의 입장에서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는 골이었다.

  그러나 추가실점을 허용한 이후 광주 선수들은 기죽지 않고 오히려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전반전 내내 체격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수비력을 보여주었던 임강민 선수는 이후에도 꾸준한 수비력을 선보였다. 단지 공격에서 이렇다할 찬스가 나지 않아서 득점을 할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았는데, 추가실점 이후에 기회가 생기기 시작했다. 광주의 측면공격은 상당히 위력적이었는데, 류제효가 돌파하고 반대편의 윤영진에게 찔러주는 패스들이 굉장히 돋보였다. 사실 경기 시작 전만 하더라도 우리팀 내에서도 거의 최단신처럼 보였던 저런 선수들이 왜 공격수로 배치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실 말이 선수지 중학교 1학년이면 꼬마와 다름이 없다. 게다가 중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필자의 여동생보다도 키가 작은 선수들을 보면서 선수라는 느낌보다 꼬마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던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경기를 보면 볼수록 왜 그 선수들이 공격수로 배치되었는지 이해를 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23번 윤영진 선수는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빠른 스피드와 개인기를 가지고 있어서 상대팀의 수비진을 농락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마치 광주FC의 주앙 파울로 선수를 보는듯했다. 하지만 윤영진은 주앙 파울로가 갖고 있지 않은, 강한 수비가담능력이 있었다. 그 작은 선수가 수비시에는 최종 수비라인까지 내려와서 슬라이딩 태클을 날리며 기를 쓰고 상대 공격수를 막는 모습들을 보며 저절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 외에도 전반적인 기술면에서는 우리 선수들이 울산 현대중 선수들을 압도했다. 우리 선수들이 울산 선수들에게 밀렸던 것은 체격적인 조건이 거의 유일하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만큼 우리 선수들은 작지만 강한 선수들이었다. 어쨌거나 후반은 0:2로 울산이 리드한 채 종료되었다.

 

 후반 선전을 다짐하는 광주FC U-15(광덕중)팀 선수들

 

  후반이 되자 우리 선수들은 전반 막판보다 더 강력해졌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류제효가 현란한 개인기로 상대 수비수를 돌파한 후에 엄원상에게 슈팅찬스를 제공했다. 그리고 엄원상은 슈팅을 하며 울산의 골대를 갈랐다. 하지만 정말 아쉽게도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분명히 그 상황은 후반 우리 선수들의 활약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되었다. 프리킥 상황에서 주승찬이 상대 골대를 한뼘도 안되는 차이로 벗어나는 슈팅을 보여주기도 했고, 엄원상 역시 작지만 다부진 플레이를 통해 동료 선수들의 무거운 어깨를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주었다.

  전반 막판 류제효-윤영진의 콤비가 위력적이었다면, 후반에는 박준영의 크로스와 위대환의 쇄도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약속이나 한 듯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고 말았다. 전반에도 좋은 활약을 보였던 임강민과 윤영진은 후반에 더 몸이 가벼워보였다. 자연히 그런 선수들 덕분에 우리 선수들은 전반에 비해 현저히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후반 막판 나왔던 정상규의 헤딩슛 역시 비슷한 경우였다. 하지만 이것 역시 골키퍼의 정면으로 가는 바람에 득점과는 연결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상대 선수들의 체격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고전한 부분이 많았는데, 그러한것들 때문에 맞은 위기 상황때마다 골키퍼 남기환은 안정적인 키핑 능력으로 골문을 든든하게 지켜주었다. 미래의 박호진이 될 수도 있는 멋진 재능을 가진 선수였다. 비록 전반전을 0:2로 뒤진 채 마감했지만, 우리 선수들은 후반 열심히 뛰어주며 추가 실점을 막고 0:2로 경기를 마무리 지으며 청룡그룹의 준우승컵을 쥐게 되었다. 비록 우승컵을 들지는 못했지만 신생팀 광주FC의 유소년 팀들이 이토록 멋진 성과를 내주었다는 것은 분명히 칭찬받아야 마땅할 일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선수들의 입장은 결코 그렇지 않았나보다. 경기가 끝나고 준우승이 확정되자 눈물을 글썽이는 선수들이 몇몇 보였다. 도대체 왜 우는지 사실 지금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 어린 선수들은 준우승이 못내 아쉬웠나보다. 지극히 어린 나이의 선수들이었지만 그들의 어른스러운 모습은 경기와는 별개로 또 다른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지금의 상황에 만족하지못하고, 울면서 승부욕을 보였던 그 어린 선수들은 분명히 더 성장하고 더 크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자랑스런 광주FC의 U-15 선수들이니까!

  비록 상대팀이지만 넘어진 선수를 일으켜 세워주고, 손을잡아주던 우리 선수들! 비록 어른 선수들이지만 성인 선수들보다도 더 멋진 그들의 스포츠맨십 역시 대단했다. 이러한 부분은 그들의 부모와 성인 선수들도 배워야할 부분이다. 또한 모르는 사람에게도 어른이라는 이유만으로 먼저 고개숙이고 웃으며 인사할 줄 아는 선수들이 이 선수들이다. 광주FC는 이 선수들을 성인선수 못지않게 키우고 보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 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이 체격적인 열세 때문에 패하긴 했지만, 사실 필자는 우승을 차지한 울산 현대중보다 우리 선수들에게서 더 큰 희망을 봤다. 물론 당장 가시적인 성적을 내고,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비록 유소년 팀이지만 상대팀을 압도할 수 있는 체격조건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부분에서 밀렸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은 패했다. 하지만 유소년 선수들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체격적인 조건을 보완해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이다. 쉽게 말해서 지금도 키가 쭉쭉 자랄 수 있고, 살을 찌울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이다. 하지만 기술적인 부분은 결코 그렇지 않다. 어려서부터 꾸준히 훈련하고 몸에 익힐 필요가 있다. 그러한 기본기가 바탕을 이룬 상태에서 체격적인 조건이 뒷받침 되어주어야 제대로 된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체격적인 조건에서는 밀렸지만,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상대 선수들을 압도한 우리 선수들에게 더 큰 희망을 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제 이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실 일반인들의 관심과는 거리가 멀지만 유소년 클럽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동의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유소년 클럽의 지원 필요성에 대해서 동의하면서도 실제 그들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동시에 그들에 대한 관심도 역시 지극히 낮은 상황이다. 그러나 그러한 유소년 들이 있어야 성인팀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며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유소년 팀을 거쳐가며 성장한 선수들을 우리는 K리그와 해외 빅리그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광주FC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리 팀, 내 선수가 될 수 있는 우리 광주의 유소년 팀에 관심을 가져보자. 해외 축구에 관심을 갖는 것처럼, 우리팀에도 관심을 가져보자. 메시나 호날두에 관심을 갖는 것처럼, 우리 팀의 이승기나 박기동에 관심을 가져보자. 해외에서 멋진 기량을 쌓아가는 백승호나 김우홍에게 관심을 갖는 것처럼, 윤영진과 류제효, 임강민, 남기환에게 관심을 가져보자! 우리들의 관심과 사랑속에서 그들은 더 큰 선수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선수단 전용 버스가 있는 다른 팀과 전세버스를 이용하는 우리 선수들

 

  물론 기업구단과 시민구단의 지원이 같을수는 없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을 감안하더라도 지금의 상황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당장 그날 경기에 투입된 우리 선수단의 버스만 보더라도 한 숨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굳이 울산현대의 지원을 받는 현대중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다음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온 시민구단 대전시티즌의 유성중을 보면 확실히 우리와는 비교가 된다. 그깟 선수단 버스가 뭐 그리 중요하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러한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가 선수들의 사기와 직결되고 컨디션과 직결된다. 지금 당장은 울 수밖에 없는 우리 선수들이지만, 앞으로도 이들의 눈물을 보고싶지는 않다. 아낌없는 지원과 사랑, 그리고 일반인들의 관심을 그들에게 주자. 필자는 우리 광주FC의 유소년들이 경기 후에도 활짝웃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싶다.

 

-광주FC 명예기자 박양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