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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FC/2011

광주FC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은 일촌 공개입니까?


  시즌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약 2주전, 광주FC 홈페이지의 메인 화면에는 홈페이지 리뉴얼을 진행하겠다는 배너가 하나 뜨기 시작했다. 요즘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네이트 해킹사건 때문에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그런 와중에 광주FC의 홈페이지 가입자에 대한 개인정보 관리도 필요했나보다.

  사실 날이 갈수록 개인정보 도용에 관한 위험성이 증대되고, 그 중요성 또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홈페이지 가입자의 개인정보가 보안상의 이유로 함부로 유출된다면 이보다 더 나쁜 시나리오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홈페이지 리뉴얼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행동이며, 광주FC를 사랑하는 많은 팬들, 더 나아가 광주 시민들을 깨끗하게 무시해버린 처사라고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일단 시즌 중에 구단을 대표하고 알리는 공식 홈페이지를 손질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 별로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같은 프로 스포츠 종목인 야구에 피해서 축구가 훨씬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나마도 K리그 내에서 빅클럽으로 불리는 팀들에 비해 시민, 혹은 도민구단들에 대한 관심도는 더 떨어진다. 게다가 신생팀이고 재정상태도 열악한 광주FC는 그러한 정도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광주FC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빅 클럽처럼 넘치는 관심을 받지는 못하지만, 나름대로 축구를, 혹은 스포츠를 좋아하는 많은 지역민들과 광주FC를 사랑하는 많은 타지역 사람들은 광주FC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의 궁금증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가장 큰 루트는 누가 뭐래도 구단의 공식 홈페이지이다. 포털 사이트의 스포츠 기사란에서 광주FC에 대한 기사를 보는 것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지만, 최소한 구단 홈페이지에 들어와보면 요새 광주FC가 어떤 분위기로 운영되고 있는지, 선수들은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등등 전반적인 모습들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구단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는 사람들은 자유게시판이나 Q&A 게시판 등을 통해서 문의하고 답변을 얻을 가능성도 있었다.(물론 최근에는 답변 자체가 달리지 않았지만)

  그러나 중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하는 시즌 막판의 중요한 시기에 2주라는 긴 시간동안 진행되었던 홈페이지 리뉴얼 때문에 그러한 것들을 기대하는 시민들의 기대감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려버렸다. 때문에 추석 연휴기간 열렸던 포항과의 원정경기 역시 제대로 홍보되지 못했고, 결국 15명 남짓한 인원만이 원정버스를 탈 수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광주FC는 포항 스틸러스의 홈구장에서 빗줄기를 맞으며 1:5로 대패했다.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투혼을 보였던 우리 선수들에게는 참으로 미안했던 순간이었다.

  광주FC가 팬들의 입장에서 최소한의 눈높이라도 맞추어 생각해보았다면 결코 이런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필자는 홈페이지 운영이나 관리에 대해서 문외한이지만 홈페이지 리뉴얼을 앞두고 구단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는 테스트 서버 운영 후 교체하는 방안에 대한 글들이 몇 개 올라왔다. 생각해보면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있는 소리였다. 하지만 백 번 천 번 양보해서 그러한 것들을 포기한다고 하더라도 2주일이라는 기간 동안 홈페이지 리뉴얼을 했다는 소리는 지극히 설득력도 없고, 따라서 비난을 피하기도 힘들다. 시민의 힘으로 시민을 대표하여 운영되는 시민구단으로서 이러한 선택을 한 것은 최악의 선택임에 틀림없다. 굳이 이러한 작업을 해야했다면 최단시간내에 끝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어야했다. 최선을 노력을 다했더라면 그래도 2주라는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포항전 대패에 가린 캡틴 박기동 선수의 부활포는 전혀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고, 한참 포항 고무열과 경남 윤일록을 경쟁상대로 두고 신인왕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광주의 프랜차이즈 스타 이승기 선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역시 동반 하락했다. 최만희 감독은 여러 차례의 인터뷰에서 신생팀 출신의 신인왕을 만들기 위해 이승기 선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부탁했고, 자신보다 한참어린 투표권을 가진 기자들에게 자존심을 버리고 부탁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았던 필자는 자연히 고개가 숙여졌다. 이처럼 선수단과 구단이 하나가 되어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뚱딴지같은 선택을 하며 찬물을 끼얹고 있으니 이 안타까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 이러한 광주의 상황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승기 선수의 강력한 신인왕 라이벌인 포항의 고무열 선수는 광주와의 경기에 교체출전하여 두 골을 넣으며 맹활약했다.

  어쨌거나 2주간의 길고 긴 시간이 지나고 홈페이지가 다시 탄생했다. 나름대로 잘 한 부분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그러한 부분을 다 덮고도 남을만한 사고를 또 치고 말았으니 그게 바로 자유게시판의 실종이다. 원래 사람들마다 기준과 관점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입장과 시각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그러한 각각의 관점과 입장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이 자유게시판의 실종이다.

 

광주FC 홈페이지의 현재상황. 자유게시판은 사라졌고, 자유게시판 대신에 응원마당에 시민들이 글을 쓰고 있으나, 이마저도 삭제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확한 사실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요즘 구단 안팎으로 벌어지고 있는 단.장. 퇴.진.운.동.과 관련한 글들이 매일같이 올라오기 때문에 이를 일시적으로나마 막기 위한 선택이 아니었나 하는 추측을 할 수밖에 없다.(지극히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필자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바라고 바라건대, 부디 그러한 어리석은 선택이 아니길, 그리고 필자가 잘못 판단하고 있기를 바란다.

  잘하고 있든 잘못하고 있든, 구단과 팬들의 의사소통은 굉장히 중요하다. 어찌보면 가뭄에 콩나듯 등장하는 광주FC 관련 뉴스들보다도 이러한 부분이 더 중요할지 모르겠다. 아니, 더 중요하다. 듣기 싫은 소리한다고 맨날 귀만 막고 있다고 해서 해결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러한 행동들로 인하여 현재의 상황이 더 나빠지면 나빠지지 상태가 호전될 가능성은 없다. 물론 전혀 논리적이지 못한 글들과 근거없는 비방으로 게시판을 더럽히는 벌레만도 못한 인간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벼룩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려는 어리석은 짓은 자제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현재의 상황은 초가삼간이 타기 일보직전의 상황이다. 부디 소방차를 동원해서 초가삼간이 타버리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주길 바란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쳐봤자 소는 부활하지 않는다. 명심해야할 부분이다.

  또한 팬들을 존중하는 태도 역시 필요하다. 그래도 광주FC의 홈페이지에 들어와서 단.장. 퇴.진.운.동.을 하거나 쓴 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구단에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구단에 관심이 없거나 구단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구단 홈페이지를 매일같이 드나드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런데 그러한 사람들에게 홈페이지에 가입하여 글을 쓰기 위해서 서약을 하게 만드는 것은 좀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그깟 마우스 클릭 한 번 더 해서 서약하는 것이 크게 힘든 일은 아니겠지만, 팬들을 진정한 고객으로 생각한다면 팬들을 감시하는 듯한 이러한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필자 역시 이 글을 올리기 위해 서약을 했다. 역시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다른 팬들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어쨌거나 팬들과의 소통을 완전히 차단해버리는 자유게시판의 부재는 하루빨리 해결되어야 한다. 구단 홈페이지는 팬들에게 재갈을 물리는 곳이 아닌, 팬들과의 소통을 위한 곳이다. 부디 현명한 선택을 통해 다시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광주FC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광주FC 명예기자 박양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