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FC와 부산 아이파크의 리그 26라운드 홈경기. 시즌 막판 고춧가루 부대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는 광주FC와 6강 진출을 위해 갈 길이 바쁜 부산 아이파크가 광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만났다. 지난 5월에 열렸던 양 팀의 리그 경기에서 후반 인저리 타임에 주앙 파울로에게 멋진 동점골을 먹고 다 이긴 경기를 놓친 부산 아이파크의 입장에서는 설욕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왔다. 반대로 광주 입장에서는 6강 진출과는 거리가 멀어졌지만 홈 팬들에게 멋진 승리를 안기고 싶었을 것이다.
스타팅 멤버는 양 팀 모두 베스트에 가까웠다. 광주의 스타팅 멤버에서 그나마 눈에 띄는 점은 유종현 선수가 교체멤버로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는 점과 브라질 용병 셀린 선수가 선발 명단에 포함되며 K리그 무대에 처음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거의 매 경기 빠짐없이 붙박이 주전 수비수로 출전했던 유종현 선수가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는 점이 좀 신기했지만 결과적으로 유종현의 교체 출전은 이 경기의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린 멋진 선택이었다.
지난 성남과의 원정경기에서 멋진 승리를 거두었던 광주는 그 기세를 이어받아 이 날 경기에서도 괜찮은 활약을 보여주었다. 특히 전방에서의 압박이 굉장히 잘 이루어졌다. 부산 수비수들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스트레스받는 경기였을 것이다. 제대로 된 공격을 해보고 싶었겠지만 시종일관 우리 공격수들과 미들진의 적극적인 압박 때문에 전반전 내내 그다지 위력적인 공격을 펼치지는 못했다. 슈팅의 개수에서는 부산이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었으나 전반전 양팀의 볼 점유율은 6:4 정도의 비율로 광주가 앞섰다. 그나마 위력적인 공격이 한 번 정도 있었으나 그 역시 광주의 정신적 지주인 박호진 선수의 슈퍼세이브로 막히고 말았다. 6강 진출을 위해 광주를 반드시 잡아야했던 부산으로서는 굉장히 답답했을 것이다.
후반 경기 상황은 전반과 정 반대의 상황으로 진행되었다. 볼 점유율에서는 부산이 45:55의 비율로 앞섰으나 슈팅 수에서는 광주가 부산을 압도했다. 전반전에 단 한 개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던 광주는 후반전에 7개의 슈팅 가운데 4개의 슈팅을 유효슈팅으로 연결시키며 부산의 골문을 위협했다. 그리고 결국 후반 15분에 그러한 공격이 결실을 맺었다. 중앙선 부근 오른쪽에서 김수범의 패스를 받은 이승기는 단 한 번의 터치 후 상대 수비수를 제치고 멋진 슈팅을 날리며 선제골을 기록했다. 골 네트가 찢어져도 할 말이 없을만큼 속이 시원한 골이었다. 동시에 이승기 선수의 신인왕 타이틀 수상에 한 발 더 다가가는 값진 골이었다.
이후에도 광주는 전반 막판 셀린과 교체되어 들어온 주앙 파울로의 측면 돌파 덕분에 시종일관 부산의 수비수를 귀찮게 하며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주앙 파울로 선수의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측면 돌파는 정말 위력적이었다. 상대팀의 입장에서 저런 선수를 만난다면 참으로 짜증이 날 법 했다. 다행히도 주앙 파울로 선수는 광주 소속의 선수였기 때문에 광주의 팬들은 미소를 지으며 파울로의 플레이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후반 중반을 지나며 광주는 집중력 약화를 보이며 두 골을 내리 헌납했다. 두 골 모두 상대 공격수들의 멋진 기량이 아닌 문전 혼전상황에서 허용한 골이라 매우 안타까웠다. 그러나 부산 입장에서는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무거운 짐을 좀 더 가볍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천금같은 골이었다. 동시에 광주의 입장에서는 가까스로 성남전 승리를 통해 타게 된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안타까운 골이었다.
부산 윤동민에게 첫 골을 헌납한 광주는 후반 33분 허재원 선수를 빼고, ‘광주의 검은 비디치’ 유종현 선수를 투입했다. 하지만 유종현이 투입된 지 2분여만에 광주는 양동현에게 곧바로 골을 헌납하여 1:2의 리드를 당하게 되었다.
이후 패스 마스터 박희성 선수가 경고를 받고, 주전 공격수 김동섭 선수가 나가고 임선영 선수가 들어오면서 광주에게 더 이상의 득점기회는 나오기 힘들 것 같았다.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다 끝나가는 경기의 분위기를 원샷 원킬로 바꿔준 선수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후반 33분 교체되어 들어온 ‘수비수’ 유종현이었다. 유종현 선수는 사실 대학 시절까지만 해도 공격수로 활약하던 선수였고, 공격수로서의 활약을 인정받아 광주에 입단한 선수다. 하지만 프로에 들어와 수비수로 포지션 변경을 하게 되었고, 이제는 광주의 붙박이 주전 수비수로 활약하는 선수이다.
하지만 공격본능을 완전히 없애버리기에 1년도 채 안되는 시간은 부족했나보다. 아직 독수리의 발톱을 숨기지 못하고 경기 종반 그는 공격에 투입되었다. 유종현 선수의 큰 키를 이용한 한 방을 노렸던 명장 최만희 감독의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결국 경기가 다 끝나가는 후반 45분경 박희성과 유종현의 큰 사고(?)를 치고 말았다.
왼쪽 측면 방향으로 치고 들어가던 패스 마스터 박희성 선수는 반대 방향을 보고 자로 잰 듯한 택배 크로스를 날렸고, 그 순간 196cm의 육중한 체격을 가진 유종현 선수는 한 마리의 나비처럼 가볍게 골대로 쇄도하며 벌처럼 쐈다. 그리고 이 헤딩슛은 완벽하게 부산 골키퍼 이범영의 타이밍을 빼앗으며 부산의 골대를 갈랐다. 그리고 광주 월드컵 경기장은 다 식어가는 양은 냄비에서 팔팔 끓는 열광의 도가니로 탈바꿈했다.
파워 넘치는 문전 쇄도로 기가막히게 상대 골키퍼의 타이밍을 빼앗아버린 유종현 선수의 골은 이번 라운드 베스트 골로 선택되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멋진 골이었다. 하지만 이 골보다 더 멋진 장면은 골 이후에 나왔다. 골을 성공시킨 유종현 선수는 곧바로 코너킥 에어리어 쪽으로 뛰어갔고, 강아지 세리머니를 보여주며 이 곳 광주 월드컵 경기장이 자신의 영역임을 확실하게 각인시켜주었다.
사실 필자가 생각하는 올 시즌 기억에 남는 광주FC의 골 세리머니는 개막전 대구와의 경기에서 골을 성공시키고 광고판을 넘어 골대뒤로 달려왔던 박기동 선수의 세리머니, 그리고 부산과의 리그 원정 경기에서 후반 막판 멋진 중거리슛으로 골문을 가르고 멀고 먼 부산 아시아드의 트랙을 넘어 팬들을 향해 무릎을 꿇으며 하늘을 향한 세리머니를 했던 주앙 파울로 선수의 골 세리머니,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주와의 홈 경기에서 골을 넣고 화살 세리머니를 보여줬던 허재원 선수의 골 세리머니 정도였다.
그런데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해야만 할 골 세리머니가 있었으니 그 세리머니가 바로 이 날 경기에서 유종현 선수가 보여준 강아지 세리머니다. 특히 유종현 선수의 세리머니는 흔하고 흔해서 선수들마다 돌려쓰는 세리머니가 아닌, 지극히 ‘창의적인’ 골 세리머니였기 때문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확실히 젊은 선수들은 뭔가 튀어도 확실히 튀는 것 같다. 어쨌거나 유종현 선수의 멋진 골 덕분에 광주는 귀한 승점 1점을 획득하며 리그 막판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동시에 후반 막판 10분 남짓한 시간만 출전한 유종현 선수는 평점 7점을 획득하며 이 날 경기에서 이승기, 김동섭 선수와 함께 팀 내 최고 평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날 경기에 옥의 티도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관중의 숫자이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광주의 최만희 감독은 관중수의 급감에 대해서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경기장에 팬들이 갈수록 줄어듦으로 인하여 선수들의 사기 역시 동반하여 하락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시즌 막판에도 상대팀들이 만만하게 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경기를 하여 팬들을 위한 플레이를 펼치고, 관중들이 많이 찾아올 수 있는 경기를 하겠다는 다짐을 보여주었다.
이제 다음 경기는 다가오는 일요일 울산과의 홈경기다. 과연 막판까지 광주FC의 어린 선수들이 패기를 발휘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그리고 그러한 우리 선수들의 막판 선전을 위해서 우리 모두 경기장을 찾자. 팬들이 있어야 선수들과 팀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고, 자연히 팀의 성적 역시 올라갈 것이다. 팬들과 그라운드 내의 선수들, 그리고 구단 모두 명심해야할 부분이다.
-광주FC 서포터 정시내(사진), 광주FC 명예기자 박양태(글)-
평점 및 경기기록 (출처 : 한국프로축구연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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