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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FC/2011

경기의 주인공은 심판?


  광주FC와 울산현대의 2011 K리그 27라운드 경기. 울산은 광주에게 있어서 그다지 반가운 팀은 아니다. 올 시즌 두 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패한 것도 그 이유이지만, 그것보다도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 때문에 결정적인 상황에서 패한 것이 더 큰 이유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러한 악연은 이 경기에서도 계속되었다.

  6강 플레이오프에 대한 희망을 갖고 있는 울산과 시즌 막판 6강 판도의 키를 쥐고 있는 광주FC가 광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만났다. 아무래도 아직 6강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 남아있는 울산이 더 승리가 간절했겠지만, 광주 역시 홈 팬들에게 멋진 경기를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다. 그리고 양 팀 모두 베스트 멤버를 출전시키며 이러한 의지를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이 날 양팀의 키 플레이어는 올 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인 이승기 선수와 국가대표 수비수 곽태휘였다. 그리고 동시에 경기를 뒤집을 한방을 갖고 있는 주앙 파울로 선수와 김신욱 선수의 대결도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일단 주앙 파울로와 김신욱은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

  전체적으로 볼 점유율은 울산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구체적인 수치를 보자면 대략 6:4 정도였다. 하지만 울산은 결코 경기를 지배하지 못했다. 볼을 소유한 시간은 많았을지 몰라도 결정적인 찬스를 잡지 못했고, 이마저도 결코 위협적이지 못했다. 반면 광주는 시종일관 위협적인 공격을 선보였다. 특히 허재원이 골문 앞으로 쇄도하던 김동섭의 발 앞으로 깔아준 패스는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하지만 견고한 울산의 수비벽에 막혀 광주 역시 골을 성공시키지는 못했다.

  전체적인 경기진행 양상은 광주의 창과 울산의 방패가 대결하는 모양새였다. 광주의 김동섭과 박기동은 쉴새없이 울산의 골문을 두드렸다. 울산의 방패가 크게 단단하지는 않았으나 역시 국가대표 수비수 곽태휘의 클래스는 탁월했다. 전체적으로 수비를 조율해주면서 심판의 눈에 띄지 않게 노련한 파울을 하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또한 제공권에서도 밀리지 않으며 톡톡히 울산의 방패 노릇을 했다. 여기에 국가대표 골키퍼 김영광의 선방도 눈에 띄었다. 이러한 두 선수의 활약에 가려서 광주는 골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수비수의 활약은 광주가 훨씬 대단했다. 이 날 선발 출장한 이용, 박병주, 유종현의 수비력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이들 덕분에 설기현과 루시오는 거의 제대로 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이는 박승일도 마찬가지였다. 이용과 박병주는 상대의 공격을 끊어주어야 할 상황에서 영리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울산의 공격을 무력화 시켜주었고, 유종현은 타고난 체격조건을 바탕으로 울산과의 제공권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이 날 유종현과 여러 차례 맞붙었던 설기현이 전혀 위력적으로 보이지 않았던 것은 유종현의 과감한 몸싸움과 헤딩 능력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좀처럼 경기장에서 몸싸움으로 밀리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던 설기현은 이 날 시종일관 유종현에게 압도당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쨌거나 전반전 울산의 슈팅수는 단 한 개, 하지만 이마저도 유효슈팅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반면 광주의 슈팅수는 3개였고, 이 가운데 유효슈팅은 2개였다. 그리고 이렇게 0:0의 상황에서 전반이 끝났다.

  후반 10분경이 넘어가면서 울산의 김호곤 감독은 승부수를 띄웠다. 박승일과 에스티벤을 빼고 김신욱과 고창현을 투입시킨 것이다. 김신욱은 대학시절부터 유종현과 여러차례 맞붙은 선수다. 하지만 당시 김신욱은 수비수였고, 유종현은 김신욱을 뚫어야하는 공격수였다. 하지만 이 두 명의 선수가 프로에 와서 반대의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김신욱은 공격수로, 유종현은 수비수로 보직을 바꾸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장신공격수인 김신욱이 투입되면서 울산의 공격력도 더 강해지기 시작했다. 또한 발이 빠르고 기술이 좋은 광주 금호고 출신의 고창현이 투입되면서 그러한 공격은 한층 더 강해졌다. 하지만 광주의 최만희 감독 역시 주앙 파울로라는 히든카드를 빼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와중에 경기는 후반 중반을 지나면서 더 치고받는 형세를 띄게 되었다. 주앙 파울로 선수는 화려한 개인기와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여러 차례 울산의 수비를 곤란하게 만들었는데, 국가대표 수비수 곽태휘 마저도 주앙 파울로 앞에서는 여러차례 돌파를 허용하며 약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주앙 파울로의 스피드에 고전하는 모습이 꽤 여러차례 눈에 띄었다.

 

 

  그러던 주앙 파울로 선수가 드디어 골을 성공시켰다. 경기장 중앙을 빠른 스피드로 돌파하고, 상대 수비수와의 경합 과정에서도 밀리지 않으며 골문으로 볼을 차 넣은 것이다. 지극히 정상적인 플레이에서 나온 멋진 골이었다. 하지만 주심은 이것을 반칙으로 선언하고 말았다. 당연한 골이 오심으로 인하여 반칙으로 선언되자 경기장 분위기는 급속하게 싸늘해지고 말았다. 광주 입장에서는 홈에서 울산에게 멋진 복수를 할 수 있는 상황을 주심의 오심 때문에 날려버리게 되었다.

  이후에도 광주는 나름대로 쉴새없이 울산의 골문을 노렸고, 울산 역시 잘 받아치며 광주의 골문을 위협했다. 특히 김신욱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두 팀 모두 득점에는 실패했다. 그리고 경기는 0:0으로 끝났다. 광주 입장에서는 땅을치고 통곡할 일이었다.

  이 날 경기의 MOM에는 광주의 이승기 선수가 뽑혔다. 동시에 그는 3주 연속 라운드 베스트 일레븐에 선정되었고, 국가대표에도 소집되었다. 이제 점점 이승기의 신인왕 수상이 가까워지고 있다. 광주입장에서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필자가 알기로 K리그에서 신생팀이 신인왕을 배출한 경우는 이제까지 단 두 번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광주는 세 번째 팀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아직 갖고 있다.

  하지만 심판의 오심은 두고두고 가슴에 남았다. 그 오심 하나에 광주는 귀한 승점 3점을 날려버리게 되었고, 팬들 역시 멋진 추억을 쌓을 기회를 날려버렸다. 비록 6강 플레이오프 진출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시즌 막판 멋진 활약을 보이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광주FC에게는 큰 상처가 될 오심이었다.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경기의 MOM은 이승기 선수가 아니라 주심이었다.

  어쨌거나 광주FC는 세 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이어가게 되었다. 다음경기는 대구FC와의 원정경기다. 대구는 올 시즌 개막전에서 광주에게 첫 승을 안겨주며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팀이다. 당시 박기동 선수는 두 골을 성공시키며 국가대표에 소집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올 시즌 광주가 리그에서 홈과 어웨이 모두 승리를 거둔 팀은 강원과 성남이 있다. 필자는 세 번째 영광을 대구에게 주고 싶다. 부디 우리 선수들이 대구에서 멋진 승리를 거두며 상승세를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광주FC 서포터 정시내(사진), 광주FC 명예기자 박양태(글)-

 

 

 평점 및 경기기록 (출처 : 한국프로축구연맹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