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강원전의 0:5 패배를 뒤로하고 새롭게 떠나는 부산 원정! 올 시즌 두 번째 열리는 야간경기! 아무래도 컵 대회 경기라서 리그 경기에 비해서는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게다가 평일 야간경기라서 원정 응원을 떠나는 이도 극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뛰는 경기니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결국 필자도 그 엄청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부산으로 향했다.
어마어마하게 큰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 그러나 관중이 없다. 사진은 경기 1시간 전 모습.
어마어마하게 큰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 하지만 그 크기가 무색할 정도로 관중 수는 적었다. 아무리 평일 야간경기라지만 부산 사람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롯데의 홈경기가 있는 날도 아닌데 정말 너무나도 사람이 없었다. 상무시절 광주의 비오는 날 평일 야간경기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덕분에 극소수의 인원만이 원정을 갔지만 ‘일당백’의 정신으로 응원을 해서 나름대로 괜찮은 효과를 봤다.
부산전 선발 명단. 이승기, 임하람, 박현 선수가 눈에 띈다.
부산전 출전 선수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역시나 ‘광주의 아들’ 이승기이다. 부상 때문에 개막전부터 컵 대회 경기 포함 내리 다섯 경기를 결장했으니 얼마나 뛰고 싶었을까? 선수 본인도 그렇겠지만 그의 복귀를 기다리는 팬들의 마음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까지 직접 찾아온 이승기 선수의 가족들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팬이든 선수 가족이든 모두가 이승기 선수의 멋진 활약을 바라는 마음이었다.
경기가 시작되었다. 생각보다 부산의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나름대로 부산입장에서는 공격을 하기위해 노력을 하는데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았다. 우리 선수들이 생각보다 짜임새있는 수비를 보여주어서 번번이 부산의 공격을 차단했다. 특히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박기동 선수 대신에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 출장한 김은선 선수의 활약이 돋보였다. 김은선 선수는 아직 몸 상태가 완벽하게 정상은 아니지만 몸을 사리지 않고 항상 전투적인 플레이를 보여주는 선수다. 이날 경기에서도 그의 플레이는 변함없이 전투적이었다. 시종일관 거친 플레이를 보였던 부산 선수들에게 전혀 주눅들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이승기 선수의 움직임도 상당히 좋았다. 충분히 에이스 소리를 들을 만했다. 몸 상태가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역시 클래스가 다른 선수였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상하 좌우를 신나게 휘젓고 다녔다. 박지성이 와도 울고 갈 만한 이동량이었다. 공격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수비에 가담하여 수비수들의 부담을 줄여주었다. 또한, 주위 선수들과의 호흡도 좋아보였다. 특히 김은선 선수와의 호흡이 잘 맞았다. 두 선수가 광주FC의 허리 진영을 꾸준하게 맡아준다면 앞으로도 더욱 더 좋은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승기 선수는 후반 중반 근육경련으로 인하여 아쉽게 교체되고 말았다. 데뷔전부터 너무 많이 움직였나보다. 하지만 의료카트를 타고 나가면서 손을 흔들어주며 웃는 이승기 선수의 모습을 보고 필자의 안타까움은 저절로 미소로 바뀔 수밖에 없었다. 아마 소녀 팬들이 이승기선수의 그 살인미소를 직접 경기장에서 봤다면 다들 ‘떡실신’했을 것이다.
비록 실점을 하지는 않았지만 근소하게나마 부산이 경기를 주도한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의 파상공세를 시종일관 우리 수비수들이 잘 막아주었다. ‘유록바’ 유종현은 여전히 압도적인 신체조건을 이용하여 상대수를 압도했다. 또한, 반대쪽에 또 한 명의 선수가 상당한 기량으로 상대의 공격을 효율적으로 막고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처음 본 선수였다. 등번호는 27번인데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아시아드 경기장이 큰데다가 원정석과 골대간의 사이가 넓어서 더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서야 27번 선수를 알게되었다. 그 선수는 생일까지 일일이 따져서 우리팀의 가장 막내인 임하람 선수였다.
이렇게 그라운드와 원정 응원석 사이가 멀리 떨어져있으니 선수 이름이 안보일 수밖에......
사실 임하람 선수는 이제까지 몇 번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선수다. 하지만, 직접 그라운드를 밟은 것은 필자의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 날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그의 플레이에서 초보와 같은 어설픈 모습은 전혀 볼 수 없었다. 임하람 선수가 출전하는 것을 몰랐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플레이를 보면서 “저 27번 누구야?”라는 말이 절로 나왔으니 말 다했다. 정말로 훌륭했다. 본인은 부산전 플레이가 너무 형편없었다고 엄살을 피우지만, 아무리 봐도 평점 7점 이상은 받을 만했다. 왜 이런 선수가 아직 출전하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 날과 같은 경기력을 꾸준히 보여준다면 리그 경기에서도 충분히 선발 출전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는 시종일관 허리싸움으로 계속 진행되었고, 0:0의 스코어는 계속되었다. 그러던 가운데 82분경 골을 허용했다. 선수 교체를 하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실점을 한 것이다. 우리 선수들의 경험 부족이 또 다시 드러난 부분이었다. 나름대로 부산과 팽팽한 경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잠깐의 실수가 골로 연결되어서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물론 첫 야간경기에서 0:5로 뼈아픈 패배를 당한 것에 비하면 훨씬 발전된 모습이었지만, 그렇다고 하여 기왕의 안타까움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결국 경기는 그렇게 종료되었다. 후반 막판까지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한 통한의 패배였다.
하지만 광주의 입장에서는 돌아온 ‘광주의 아들’ 이승기의 기량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있었고, 막내 임하람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또, 아까운 1:1 찬스를 놓쳤지만, 박현 선수의 경기력도 충분히 괜찮았고, 박희성 선수의 날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야간 경기 경험이 부족한 우리 선수들에게 그다지 나쁜 결과였던 것만은 아닌 것이다. 만약 이승기 선수가 근육 경련으로 조기 교체되지 않았더라면 충분히 이기거나 최소한 비길 수 있는 경기였다고 생각 되었다. 나름대로 주말 경기를 위해서 박기동 선수를 후반 교체로 투입했고, 김동섭 선수도 풀타임 출전을 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광주 입장에서는 그럭저럭 괜찮은 선택을 했다고 본다. 올 시즌 두 번째 승전보의 기회는 다음 경기로 연기되었지만 충분히 좋은 경기였다.
필자는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면서 참 부러운 점 하나를 발견했다. 그것은 그 큰 아시아드 경기장의 좌석수도, 우리 팀의 어수선한 틈을 공략하여 골을 넣고 승리한 부산도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경기장 내의 가변석이었다.
아이파크라고 적혀있는 부분이 가변석이다. 종합경기장의 약점을 가변석으로 보강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은 축구 전용구장이 아닌 종합경기장이다. 그래서 축구를 보는데 있어서 상당한 불편함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광주 월드컵 경기장 역시 이름만 ‘월드컵 경기장’이지 실제로는 종합 경기장이다. 경기장과 관중석 사이에 트랙이 자리잡고 있어서 아무래도 축구전용구장에 비해서는 현장의 열기를 제대로 느끼기 힘들다. 그런데 부산은 이러한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가변석이라는 해결책을 마련했다. 단지 안타까운 점은 홈 서포터석과 E석에만 가변석을 깔아 두어서 철저하게 원정 팬들을 차별했다는 점이다. 원정 팬들의 입장에서는 화가 날 일이지만, 홈 팬들의 입장에서는 열렬히 횐영할 일이다.
어쨌거나 가변석에 가보니 말 그대로 경기장과 바짝 붙어있어서 충분히 축구 전용구장의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가변석이 아무리 좋아봤자 축구 전용구장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변석 없이 경기를 운영하고 있는 광주FC의 팬으로서 그들의 가변석이 부러운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광주에 축구전용구장을 짓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당장 다가오는 이번 주말 상주 상무와의 경기만 하더라도 트랙을 사이에 두고 우리 선수들을 응원해야 한다는 씁쓸함을 쉽사리 떨쳐버리기는 힘들다. 구단의 재정상황이 넉넉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여유가 있다면 축구전용구장이 완공되기 전까지 가변석 설치를 고려해 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원정석까지 가변석을 설치할 필요는 없다. 철저하게 우리 홈 팬들을 위한 가변석이면 충분하다. 원정을 갈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어느 구장을 가든지 홈 팬을 위주로 한 경기장 설계가 상당히 부럽다. 물론 축구 전용구장이 아닌 종합경기장을 그런식으로 차별해서 지을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하다 못해 원정석 응원단이 바라보는 방향의 전광판은 점수만을 볼 수 있게 만들어 버린다거나, 아예 전광판을 없애는 경우도 있다. 또한 홈팀이 골을 넣을 때는 신나는 음악과 장내아나운서의 멘트를 통해 흥을 돋우지만, 홈팀이 골을 먹었을 때는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는 커녕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아서 골이 들어갔는지 안들어갔는지 조차 알 수 없도록 썰렁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경우도 있다.
울산 문수경기장 원정석에서 본 전광판. 점수만 확인 가능하다.
당장 광주에 상무가 있었던 시절만 하여도 홈 팀이 실점을 하면 우리 선수들에게 큰 힘을 불어넣어주느니 어쩌느니 하는 멘트를 했었다. 하지만 지난 포항전에서는 실점을 한 이후에도 침묵을 지켜서 썰렁하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연출하여 원정팀 선수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어 버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나름대로 괜찮았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필자와 정반대의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아무튼 사소한 것 하나 까지도 홈 팬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구단 직원과 팬들이 선수들을 대신하여 그라운드에서 뛰어줄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의 홈 어드밴티지를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는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발걸음, 연패로 인한 무거운 마음과 동시에 우리 선수들의 성장과 새로운 선수들의 발견, 그리고 가변석에 대한 부러움 등 만감이 교차했다. 하지만, 이제 다시 토요일이면 상주 상무와의 경기가 열린다. 비록 연패를 하고 있지만, 꾸준히 커나가고 있는 우리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 너무나도 즐겁다. 과연 이번 주말에는 어떤 경기를 보여줄지 기대가 크다. 부디 방사선 비를 맞으면서도 열심히 훈련에 매진하는 우리 선수들에게 이번 주말에는 승리의 여신이 꼭 미소를 지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그 자리가 수많은 노란색 물결로 가득찼으면 한다.
-광주FC 명예기자 박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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