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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FC/2011

아쉽지만 충분히 괜찮았던 거창 원정

  창단 후 첫 3연승이라는 쾌거를 달성한 광주FC! 그들이 이번에는 연승의 기운을 이어받아서 최상의 팀 분위기를 가지고 거창 스포츠 파크로 향했다. 리그 9라운드 경남FC와의 경기를 치르기 위해서이다. 경남이든 광주든 두 팀 모두 상승세를 타고 있다. 경남은 4경기 연속 무패, 광주는 3연승. 과연 이 경기에서 누가 좋은 결과를 얻어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많은 팬들의 관심은 이 경기로 쏠렸다.

  찜통더위라고 해도 무색하지 않을 만큼 더운 날씨였지만 나름대로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버스 한 대를 꽉꽉 채운 원정버스가 거창으로 출발했다. 신생팀이 3연승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너무나도 고맙고 감사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4연승의 욕심을 갖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어쨌거나 즐거운 마음으로 거창에 도착했다.

  지난 컵 대회 상주전도 그랬지만, 거창 역시 작은 시골마을이었고, 상주와 비슷한 느낌을 풍겼다. 지팡이를 짚으신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어버이날을 맞아서 놀러 나온 어린 꼬마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으로 모였다. 이 날 공식관중 수는 8625명. 비록 거창 경기장은 축구 전용구장이 아니지만, 경기장의 규모가 크지 않았던 터라 이 정도의 인원만으로도 충분히 전용구장 비슷한 느낌과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상주나 거창이나 둘 다 마을 잔치와 같은 분위기. 대도시 원정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참 괜찮은 것 같다. 게다가 다른 경기에 비해서 이 경기는 원정팀에 대한 대우도 손에 꼽힐 만큼 괜찮은 편이었다.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도 그랬고, 일반 팬들의 반응도 그랬다. 승부를 의식하기보다는 말 그대로 축구 자체를 즐기는 그런 느낌이었다. 경남이든 광주든 똑같이 박수쳐주고 격려해주는 그들의 모습은 나름대로 인상적이었다.

  어쨌거나 경기가 시작되었다. 우리 선수들은 원정경기에서도 대부분 홈 유니폼인 노란색 유니폼을 착용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오랜만에 어웨이 유니폼인 흰색 유니폼을 착용하고 등장했다. 아무래도 경남의 골키퍼 김병지 선수가 노란색 유니폼을 착용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약간은 어색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흰색 유니폼 깔끔해서 참 예쁘다. 부디 이 유니폼을 입고 4연승을 이루어주길!

  하지만 이 경기에서도 우리 선수들은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항상 그랬듯이 광주는 상대팀과의 점유율 싸움에서 뒤지고 말았다. 점유율이 높다고 해서 경기에서 이기는 것도 아니고, 점유율이 낮다고 해서 경기가 재미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경기를 보는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점유율이 낮으면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이 날 경기 역시 비슷했다.

 

 

 

 

  대신 광주는 날카로운 몇 번의 역습을 통해서 나름대로 공격을 이끌어 나갔다. 이 날 경기에서도 우리 선수들의 발전하는 모습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상대팀의 집중견제도 더 늘어났다. 연속 골 행진을 이어가고 있던 주앙파울로 선수를 막기 위해 경남은 작심하고 나온 것 같았다. 경기 초반부터 파울로 선수는 그라운드에 쓰러졌고, 이후에도 꾸준히 집중 견제를 당했다. 공격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김동섭 선수와 안성남 선수 역시 큰 차이는 없었다. 세 선수 모두 상대팀 수비에게 막혀서 고립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고 경남이 완벽하게 잘한 것도 아니었다. 분명히 윤빛가람이라는 스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번번히 골 찬스를 놓쳤다. 이용, 박병주, 유종현 선수는 고비 때마다 철벽방어로 경남을 막아냈다. 경남의 2:1 패스가 나올 때마다 골문 앞에서 최종적으로 공을 걷어내던 유종현 선수의 움직임을 칭찬할만했다. 그리고 그 전에 상대팀 수비를 앞서서 방어했던 이용선수와 박병주 선수 역시 탁월한 수비력을 보였다. 창원 구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기팀의 홈 구장인데 신생팀 광주에게 번번히 막힌 경남의 입장은 참으로 답답했을 것이다.

  아무튼 전반은 양 팀 모두 점수를 뽑지 못한 채 0:0 무승부를 기록하고 말았다. 하지만 지켜보는 관중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박진감 넘치는 경기였다. 창과 방패라는 말은 이럴 때 써야하는 것 같다. 하지만 경남의 창보다는 우리 방패가 더 강력해 보이는 전반전이었다. 동시에 후반에는 한 골로 승부가 갈릴 것 같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후반 역시 비슷한 흐름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최만희 감독은 비기기보다 이기기 위한 전략을 택했다. 전반에 고립되었던 안성남과 김동섭을 후반 중간에 교체하고 그 자리에 안동혁과 임선영 선수를 투입했다. 수비수를 투입하여 비기기 작전을 하기보다는 새로운 공격 루트를 생각해서 상대팀의 방어를 뚫어보겠다는 생각 같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이 작전은 효과를 보았다.

  지난 컵 대회 상주전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줬던 임선영 선수는 교체되어 들어와서도 멋진 모습을 보였다. 안동혁 선수 역시 괜찮았다. 하지만 주앙 파울로 선수는 여전히 상대팀 선수들의 집중 방어에 막혀서 제대로 된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아무래도 연속골을 넣으면서 상대팀의 집중 공략 대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앞으로 만나게 될 다른 팀들 역시 비슷할 것이다. 전남과의 컵 대회에서 부상을 당해 계속 출장하지 못하고 있는 캡틴 박기동 선수의 공백이 굉장히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후반이 중반을 넘어가는 시점에 결국 실점이 나왔다. 우리진영의 왼쪽 코너킥 에어리어쪽에서 상대 선수의 백숏으로 우리 수비수 두 명이 손쉽게 떨어져나갔고, 그의 패스는 윤일록을 거쳐서 김영우의 골로 연결되었다. 상대 선수의 개인기를 칭찬하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상대 선수의 개인기에 당한 우리 두 명의 수비수 외에 나머지 선수들이 윤일록과 김영우를 너무 자유롭게 놔두었던 것이 아쉬웠던 순간이었다.

  이제 최만희 감독은 박병주 선수 대신에 유동민 선수를 투입하여 더욱 더 공격적인 전술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미 기가 하늘을 찌를듯한 경남은 끝끝내 광주의 공격을 막아냈고, 경기는 결국 1:0 경남의 승리로 끝나고 말았다. 경남의 입장에서는 5경기 무패를 달렸고, 광주는 아쉽게도 연승기록이 3연승에서 멈추게 되었다.

 

 

 

 

  하지만 이 날 경기 광주의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팬들입장에서 보아도 우리 선수들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뛰어줬고, 이는 경남 선수들도 다르지 않았다. 수비와 역습의 반복이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은 경기였고, 중간중간 멋진 슈팅 찬스도 나왔다. 이승기 선수와 김은선 선수의 슈팅이 그나마 골과 가장 가까웠는데, 특히 이승기 선수의 슈팅은 너무나 아까웠다. 골키퍼 정면에서 조금만 더 벗어났더라면 골로 이어졌을텐데, 그 장면이 아직까지도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필자가 본 이 경기의 우리팀 MOM은 거미손 박호진 선수이다. 솔직히 점유율에서도 밀리고 유효 슈팅에서도 8:2의 압도적인 열세를 보였지만, 그 때마다 온 몸을 날려서 철벽 방어를 한 것이 박호진 선수였다. 언제나 그래왔지만, 필자가 보기에 박호진 선수는 우리 팀 전력의 반 정도는 차지하는 것 같다. 그나마 한 골을 실점한 것도 우리 팀 수비수들이 순간적으로 상대팀 선수들을 놓쳐버려서 허용한 것이다. 그 상황에서는 카시야스나 반데사르가 나와도 골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팬의 입장에서 우리 팀에 박호진 선수와 같은 든든한 골키퍼가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감사할 일이다. 물론 지난 컵대회에서 박호진 선수 못지 않은 활약을 보였던 성경모 선수 역시 전혀 이에 뒤지지 않는다. (사실 성경모 선수도 인천 시절에 ‘인천의 야신’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뛰어난 선수다.) 이래저래 골문이 참 든든하다.

  상대팀 선수이지만 눈에 띄는 선수가 또 하나 있었다. 그의 인성이나 기부정신은 말해봐야 입만 아프고 실력 역시 말해봐야 시간 아까운 김병지 선수다. 우리선수들의 멋진 슈팅이 나와도 끝없는 선방을 보이고 경남 수비진을 조율하던 김병지 선수는 역시 뭔가 달라도 다른 선수였다. 그 나이에 그 정도의 활약을 보인다는 것이 가능한지 보면 볼수록 신기할 뿐이다. 그는 경기 후에도 김병지다운 모습을 보였다. 선수단을 이끌고 최만희 선수앞으로 다가가 인사를 하며 예의를 갖추던 김병지 선수. 그는 진정 전설이다. 그의 플레이를 같은 시대에 보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필자는 매우 영광스럽다. 젊은 선수들이 반드시 본보기로 삼아야 할 롤 모델이 아닌가 싶다.

  필자는 또한 경남의 멋진 팬 서비스 하나를 보았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본부석 쪽에서 경남 유니폼을 포함한 붉은색 상의를 입은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선수들의 손을 잡으며 걸어가는 것이다. 필자는 ‘경남은 꼬맹이들도 제대로 관리 못해서 관중 난입을 허용하는가?’하고 말도 안되는 뻘생각을 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필자의 뻘 생각이었다. 나중에서야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그것은 경남 구단에서 실시하는 ‘승리의 하이파이브’ 행사였다.(http://www.gyeongnamfc.com/camp_event/view.asp?f_gbn=event&idx_key=18)

  홈 경기에서 경남이 승리할 경우, 미리 이벤트에 신청한 사람들은 본부석 앞에 집결하여 선수단과 함께 손을 잡고 홈팀 서포터석으로 이동하여 선수단 및 서포터들과 함께 만세를 외치는 이벤트였다. 구단 입장에서는 특별한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인력이 필요해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원정 팬이 보았을 때에도 참 기분좋은 모습이었다. 홈팀 팬의 입장에서는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우리 선수들은 대부분이 신인이라서 어린 학생 팬들이 많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 같은 이벤트를 실시한다면 어린 학생 팬들이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경남은 윤빛가람과 김주영 등으로 인하여 늘어난 어린 팬들을 이런 이벤트를 통해서 유지해 갈 수 있는 것 같다. 이런 어린 팬들을 잘 관리한다면 장기적으로도 구단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구단입장에서 충분히 고려해 볼만한 이벤트가 아닌가 싶다.

  3연승 후 패배. 하지만 점점 나아지는 우리 선수들의 모습. 승패에 관계없이 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경기에서 질 때마다 인상쓰고 주눅 들었던 모습대신 웃음과 팬들을 향한 제스쳐를 보이는 우리 선수들을 보며 점점 프로 선수가 되어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3연승 후 한 번 쉬었으니 다시 도약하는 우리 선수들을 기대해본다. 이번 수요일 홈에서 다시 한 번 컵대회 울산과의 경기가 열린다. 다같이 우리 선수들을 응원해보자!

 

-광주FC 서포터 정시내(사진), 광주FC 명예기자 박양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