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의 컵 대회 5라운드. 이미 탈락이 확정적인 광주와 아직은 희망이 남아있는 울산이 격돌했다. 울산은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주전 선수들을 대거 출전시켰고, 광주는 주말 강원과의 리그경기를 대비해서 선발 멤버를 조정했다. 광주는 경고 누적으로 인하여 주말 경기에 뛸 수 없는 김은선 선수와 유종현 선수를 풀타임 출전시켰고, 부상으로 연속 결장했던 박기동 선수가 새롭게 복귀했다. 또한, 후반에는 선발 출전한 로페즈 선수 대신에 김동섭 선수를 출장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설기현, 김신욱, 고창현, 이호, 송종국, 곽태휘, 강민수, 김영광 등 국대급 멤버를 총출동 시킨 울산에 비하면 아무래도 현저히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광주 입장에서는 지난 리그 경기에서 김신욱의 할리우드 액션으로 인하여 당한 억울한 패배를 씻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아쉽게도 컵 대회인데다가 주말 리그경기를 위한 장거리 원정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그리고 적지만 비를 뚫고 경기장을 찾아준 관중들을 위해서 우리 선수들은 이 경기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이미 컵 대회 탈락은 확정되었지만, 우리 선수들은 전혀 그것과 관계없이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므로 필자는 매우 만족한다.
이 날 경기는 비 때문에 정상적인 경기 운영을 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라운드 내에서 온몸을 날리며 경기를 한 선수들은 물론이거니와 관중석에서 응원을 하는 일반 관중들도 비 때문에 많은 불편함이 있었다. 그러던 가운데 전반 초반 광주는 첫 실점을 하고 만다. 상대팀의 크로스가 올라오는데 수비수를 제대로 마크하지 않는 바람에 김신욱 선수가 손쉽게 골을 넣어버린 것이다. 비오는 날씨에 그라운드 사정도 좋지 않아서 공을 차는지 물을 차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최악의 상태에서 실점한 것이라 아무래도 이 경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주의 검은 비디치' 유종현 선수의 멋진 헤딩골 장면
하지만 광주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곧바로 동점골을 성공시킨다. 이번에는 박현 선수의 크로스를 유종현 선수가 깔끔한 헤딩골로 마무리한다. 원래 공격수 출신이었던 유종현 선수는 찬스가 생기자 장신을 활용한 제공권 장악으로 동점을 만들어버렸다. 그의 프로데뷔 첫 골이다. 선제골을 허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짧은 시간내에 동점을 만들어 버린 덕에 광주 선수들은 침체된 분위기 대신에 더욱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유종현 선수의 멋진 세리머니를 기대했으나, 첫 골이라 너무 정신이 없었는지 세리머니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애꿏은 김은선 선수에게 니킥을 날리는 모습만 볼 수 있었다. 아쉬운 팀킬이었다.
그러나 이에 질세라 울산 역시 반격을 실시한다. 전반 38분경 울산의 김신욱은 우리 수비수들이 앞에 서있었지만 대놓고 중거리 슛을 날린다. 그리고 이 중거리 슈팅은 말도 안되는 궤적을 그리며 골대로 빨려들어갔다. 골대 뒤에서 공이 골 그물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보던 필자는 저절로 탄성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할리우드 액션으로 우리 팀의 소중한 리그 1승을 날려버린 미운 선수였지만, 그 슈팅은 어쩔 수 없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멋진 슈팅이었다.
후반이 되자 광주는 좀 더 공격적으로 나아갔다. 후반 10분경 선발 출전한 로페즈 선수를 빼고 주전 스트라이커 김동섭 선수를 투입했고, 후반 26분경에는 임선영 선수 대신에 우리 팀에서 가장 빠른 발을 가진 조우진 선수를 투입했다. 후반 34분경에는 박기동 선수 대신에 지난 상주와의 컵대회 MOM에 선정된 16번 김성민 선수까지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하지만 번번이 불운과 심판의 오심 때문에 골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아쉬운 장면 두 가지를 골라보자면 우리팀의 완벽한 슈팅이 아쉽게도 박기동 선수의 몸에 맞고 튀어나왔던 부분과 심판의 오심 때문에 김수범 선수가 얻었어야 할 명백한 페널티킥을 날려버린 장면이다. 솔직히 박기동 선수가 우리 선수의 슈팅을 피하기 위해서 몸을 날리다가 불운하게도 공이 몸에 맞아버린 부분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불운을 탓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김수범 선수가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에서 드리블을 하다가 걸려 넘어진 장면은 확실히 페널티킥이 선언되었어야 할 장면이다. 지난 리그 경기에서 김신욱 선수의 말도 안되는 할리우드 액션을 파울로 인정했던 유선호 주심의 악몽이 다시 한 번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분이라고 하지만, 오심도 한 두번이지 이런식으로 자꾸 중요한 순간마다 오심을 저지르는 것은 명백한 승부조작이다. 부디 축구장의 팬들을 몰아내는 이런식의 오심은 지양해줬으면 한다. 아마 김수범 선수가 페널티킥을 얻어내어 광주가 그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더라면 이 경기는 확실히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었을 것이다. 그 점이 필자는 못내 아쉽다.
김수범 선수의 돌파 모습. 빗속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는 그의 투혼이 돋보였다.
중간 중간 위협적인 슈팅도 있었다. 김은선 선수의 슈팅과 안동혁 선수의 슈팅이 그 중에서도 압권이었다. 우리팀 수비진은 상대팀의 장신 공격수인 김신욱과 설기현에게 굉장히 고전하는 모습이었지만, 공격진 미드필더진과 더불어 나름대로 자기 플레이를 했다고 본다. 그리고 그 가운데 나온 안동혁 선수의 슈팅과 플레이는 굉장히 위력적이었다. 나름대로 개인 돌파도 많이 시도했고, 상당부분 주효했다. 페널티킥을 얻어낼 뻔했던 김수범 선수와 후반 교체되어 들어온 조우진 선수 역시 매우 좋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상대팀의 국대급 수비진을 상대로 이 정도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은 광주에게 있어서 굉장히 고무적이다.
우리 선수들 가운데 가장 빠른 발을 가진 조우진 선수의 모습
전남전에서 부상을 당해 연속 결장했던 박기동 선수가 들어온 우리 공격진은 그가 없을 때에 비해서 한층 무게감이 생겼다. 이 날 후반 교체출전한 김동섭 선수의 몸 상태도 좋아보였다. 최근 부진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이 날 경기에서는 그런 면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몸상태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면 조만간 골 소식을 기대해보아도 좋을 듯하다. 또한 후반 막판 교체되어 들어온 16번 김성민 선수 역시 위협적인 헤딩슈팅 등으로 상대 수비진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상대팀의 국대급 수비진을 상대로도 전혀 주눅들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위협적인 슈팅을 날린 16번 김성민 선수
광주의 골문을 든든하게 지켜준 성경모 선수
비록 불운과 심판의 오심 때문에 경기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성경모 선수의 선방 역시 상당했다. 울산의 슈팅 13개중에 유효슈팅은 6개! 중간 중간 상대 공격진의 위협적인 돌파 장면을 생각해보면 이 날 성경모 선수는 우리 팀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임에 틀림 없었다. 그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사실 우리 선수들은 더 많은 실점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최종 경기결과는 1:2로 울산 현대의 승리. 그러나 오히려 웃은 쪽은 울산이 아닌 광주가 아닌가 싶다. 이날 경기를 뛴 선수 명단만 확인해봐도 울산은 광주에게 참패한 것과 다름이 없다. 그들은 전력을 다해서 이 경기에 올인했고, 반면 광주는 주말 리그경기를 위해서 전력 투구를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광주는 이 날 경기에서 60:40이라는 점유율로 울산을 압도했다.(우리 팀 경기중에 점유율로 상대를 압도한 경기는 이 경기가 처음이 아닐까 싶다.) 덕분에 이미 탈락이 확정된 대회였지만, 광주 팬들은 긴장감이 넘치는 팽팽한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 울산입장에서는 이기고도 울어야 할 상황이다.
후반 막판에는 유종현 선수가 스트라이커로 변신하여 상대팀의 골문을 겨냥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프로에 와서 수비수로 변신했지만, 그래도 아직 공격본능을 숨길 수 없는 유종현 선수는 충분히 상황에 따라서 공격과 수비를 오갈 수 있는 선수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유종현 선수와 유동민 선수, 박기동 선수, 김동섭 선수의 장신을 잘 활용한다면 새로운 공격옵션이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지난 경남 원정에 이어서 이날 컵 대회까지 2연패. 그러나 우리 선수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싸우고 있다. 불운과 심판의 오심이 겹치고 있지만, 경기 내용만을 놓고 봤을 때 우리 선수들은 전혀 신인답지 않은 플레이를 보여주면서 팬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필자는 그것만으로도 우리 선수들이 너무나 고맙고 자랑스럽다. 이제 다음 경기는 토요일 7시 강릉에서 열리는 강원과의 리그경기다. 김은선 선수와 유종현 선수가 경고 누적으로 결장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또 다른 방법으로 그들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감동을 줄 것이다. 직접 경기장을 찾든, 중계를 통해서 경기를 보든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우리 선수들을 응원해주자. 우리 선수들이 가는 길 하나하나가 광주FC의 자랑스런 역사가 될 것이다. 그 역사와 함께하는 팬들이 되어보자.
-광주FC 서포터 정시내(사진), 광주FC 명예기자 박양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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