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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FC/2011

태풍속에서 펼쳐진 첫 제주원정


  광주와 제주의 2011 K리그 15라운드 경기. 이 경기는 올 시즌 K리그 전반기의 마지막 경기인 동시에 광주FC의 첫 제주 원정경기였다. 아무래도 다른 지역에 비해서 원정응원을 가는 인원이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명이 넘는 수가 제주 원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태풍 ‘메아리’가 등장하여 직장인과 학생들의 원정취소가 불가피했다. 결국 상당수의 인원이 제주 원정을 가지 못하게 되었다. 최종적으로 제주원정에 참여한 인원은 약 15명 정도였다.

 

 

  이 날 경기는 쓰러진 신영록 선수의 회복을 기원하기 위해 무료입장으로 진행되었다. 광주 서포터는 신영록 선수의 회복을 기원하는 걸개를 내걸었고, 경기 시작에 맞춰 신영록을 외치며 그의 쾌유를 기원했다.

 

 빗속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최선으로 응원하는 광주 서포터스 '빛고을'

 

  태풍 메아리 때문에 이 날 경기환경은 말 그대로 최악이었다. 우박이 내리지 않는 이상 이보다 더 나쁜 환경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우선 태풍 때문에 굵은 빗줄기가 하루 종일 내렸다. 이와 함께 바람의 세기도 장난이 아니었다. ‘심장이 뛰는 한 광주답게’라는 걸개를 거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웠으니 말 다했다. 그나마 광주 서포터는 그 걸개를 걸었지만, 제주 서포터는 걸개를 거는 것을 포기하고 신영록의 쾌유를 기원하는 걸개만을 달았다.

  그만큼 이날 기상상태는 최악이었고, 이는 자기팀을 응원하는 서포터나 경기를 직접 뛰는 선수들에게나 마찬가지였다. 비를 맞으며 응원을 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비와 바람 때문에 선수들의 경기력에 대한 걱정이 되었고, 더 나아가 선수들의 부상 문제에까지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제주 종합경기장은 조명시설이 없어서 다소 어두운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이 경기를 했다. 경기를 관전하는 입장에서는 좀 답답한 시설이었다.

  이날 선발 명단에는 지난 경기에서 기대에 비해 아쉬운 모습을 보였던 유동민 대신에 주앙 파울로가 나왔다. 또한 부상으로 인하여 연속 결장했던 김수범이 복귀했다. 김수범이 복귀한 것은 반가운 부분이었지만, 하필이면 복귀전이 최악의 기상상태라서 약간은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다.

  어쨌거나 경기가 시작되었다. 비 때문에 양팀 모두 정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확실히 광주보다는 제주의 경기력이 한 수 위였다. 제주는 적절한 팀플레이와 함께 짧은 패스가 줄줄이 이어지면서 경기를 좀 더 쉽게 풀어나갔다. 반면 광주는 잦은 패스미스 때문에 번번이 좋은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말았다.

  그러나 캡틴 박기동의 플레이는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부상에서 복귀한 이후 꾸준히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지만, 운이 없어서 골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그다. 아쉽게 이날 경기에서도 그의 골은 터지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 내내 다른 선수들보다 한 발 더 뛰면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그의 플레이는 분명 눈에 띄었다. 그의 부지런한 움직임 때문에 제주의 수비진들은 시종일관 경계를 늦출 수 없었고, 그 가운데 박기동은 중간중간 상대 수비수들의 패스미스를 유도하는 많은 움직임을 보이며 공을 가로채기도 했다.

  그러나 그 외의 선수들은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제주가 주도하는 경기였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에게 별다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그 기회 역시 잦은 패스미스 때문에 슈팅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수비진 역시 큰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우리 수비진들은 전반전을 무실점으로 마감했다. 제주 입장에서는 땅을 치며 안타까워 하겠지만, 그게 바로 축구다. 90분을 지배하면서도 1~2분을 지배하지 못해 골을 먹고 지는 것이 축구인 것이다. 고로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다.

  이날 경기에서 강자는 분명히 제주였지만, 우리 선수들은 최악의 조건에서도 강자 제주를 상대로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전반전 무실점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하지만 후반 초반 광주는 어이없는 실점을 하고 만다. 키 165cm짜리 초단신 산토스에게 헤딩골을 허용한 것이다. 순간적으로 수비수들이 산토스를 놓쳤고, 산토스는 역시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결국 최만희 감독은 반격을 위한 선수교체에 돌입했다. 안성남 선수 대신에 폭발적인 스피드와 돌파를 자랑하는 안동혁을 투입시켰고, 이날 경기에서 평소와 같은 경기력을 보이지 못한 김은선을 빼고 박희성을 투입했다. 마지막으로 전반전에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한 주앙 파울로를 빼고 유동민을 투입했다.

  이들이 투입되었다고 하더라도 경기 내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나름대로의 플레이를 통해 쉬지 않고 상대 골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결국 후반 45분 김수범의 크로스가 올라왔고, 유동민은 상대팀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예술적으로 무너뜨리며 득점에 성공했다. 그 큰 몸이 공을 향해 다리를 내뻗으며 상대팀 골키퍼를 꼼짝하지 못하게 했고, 멋지게 득점에 성공한 것이다. ‘원샷 원킬’은 바로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유동민 선수의 동점골 이후 관중석의 모습

 

  사실 이날 김수범의 플레이가 썩 좋지는 못했다. 물론 부상 복귀전인데다가 최악의 기상조건 때문에 정상적인 플레이를 기대하는 것이 무리였지만, 어쨌거나 상대팀에게 여러 차례의 돌파를 허용했고,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많이 보였다. 후반 초반에는 경고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후반 막판 유동민에게 어시스트한 그의 크로스는 명품이었다. 그리고 그의 크로스 덕택에 유동민은 리그 데뷔골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이런 표현을 쓰는게 썩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김수범은 이 날 팀에게 ‘병주고 약주고’를 몸소 실천한 선수였다.

  동시에 최만희 감독의 용병술은 완벽하게 적중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최만희 감독이지만 선수교체 타이밍은 언제나 어렵다. 그러나 최만희 감독의 이날 선수교체는 확실히 성공적이었고, 동점골은 그의 선택이었던 유동민의 몫이었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모습도 무시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후반이 다 끝나가는 상황에서도 우리 선수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고, 그러한 마음가짐 속에서 결국 동점골이 터졌다. 물론 동점골을 성공시킨 이후 2분만에 또 다시 박현범과 배기종의 플레이에 당하며 실점을 허용하여 졌지만, 우리 선수들은 분명 최선을 다했다.

  다리에 쥐가나서 절뚝거리는 임하람 선수, 그 엄청난 비와 바람을 상대로 사투를 벌였던 유종현 선수, 이용 선수를 그 누가 욕할 수 있겠는가? 안타깝게 제주의 패스 플레이를 상대하느라 체력이 급격하게 저하되기는 했지만, 자신들의 능력 안에서 그들은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막판 실점을 했지만, 결코 기분 나쁘거나 안타까운 패배는 아니었다. 그러니 선수들에 대한 비난보다는 칭찬을 더 해주자. 아직 앞길 창창한 우리 선수들이다.

 

 경기 후 팬들에게 인사하는 광주FC 선수들

 

  하지만 분명히 안타까운 부분도 있었다. 선수들의 경기력보다는 경기 이후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모든 경기가 그렇겠지만, 특히 이 날 제주 원정경기는 아마 더욱 그럴 것이다. 90분 내내, 아니 경기 한참 전부터 경기장을 찾아 퍼붓는 비바람을 맞으며 걸개를 달고 우리 선수들을 외치는 팬들이 있다. 그리고 그러한 팬들이 있기 때문에 선수 개개인이 존재하는 것이고, 팀이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90분 내내 상대팀과 피말리는 혈투를 벌여서 몸과 마음이 피곤하겠지만, 최소한 원정경기에서라도 먼 곳까지 찾아와서 응원을 해주는 팬들을 위해서 골대 뒤 광고판을 넘어 팬들에게 가까이 찾아와 인사를 하는 모습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이날 경기에서 광주 서포터들은 원정경기와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응원전에서 제주 서포터에게 완승을 거뒀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은 그라운드에서 응원소리를 들으며 뛰는 선수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하지만 이 날 경기에서도 우리 선수들은 골대를 넘지 않고 팬들에게 인사한 후 들어가 버렸다. 더욱이 제주종합경기장은 축구 전용구장이 아니라서 더욱 더 선수들과 팬의 거리가 멀어보였다. 그들이 팬들에게 가까이 와서 인사를 하든, 하프라인에서 대충 인사하고 들어가든 팀을 사랑하는 팬들의 응원은 큰 차이가 없겠지만, 그들이 팬 덕분에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면 그런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러한 모습들은 비단 제주 원정에서만 보였던 것은 아니다. 거의 모든 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은 이러한 모습을 보였다. 필자의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우리선수들이 골대 뒤 팬들에게 가까이 가서 인사하고 박수를 쳐주던 모습은 대부분 승리한 경기에서 나왔던 것 같다. 그러나 팬들은 우리 선수들이 경기에서 지든 이기든 똑같은 응원과 사랑과 관심을 보여준다. 하지만 팬들의 관심과 사랑에 대한 선수들의 반응은 그에 한참 못미치는 것 같아서 아쉽다.

  특히 진 경기에서는 경기 후에 선수들 개개인의 이름을 불러줘도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앞만 보고 들어가 버리는 몇몇 선수가 있다. 굳이 그들의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경기장을 자주 찾는 팬이라면 다들 알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박호진 선수나 박기동, 유종현 선수 등은 지든 이기든 항상 자신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팬들을 향해 인사하고 손을 흔들어준다. 외국에서 날아온 주앙 파울로 역시 마찬가지다.

  대부분이 신인으로 구성된 팀이라 아직 모르는 것도 많고, 팬들과의 관계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분명히 배울 것은 배워야한다. K리그의 전설인 경남FC의 김병지 선수가 매 경기 상대팀의 서포터와 상대팀의 코칭스태프에게까지 인사하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자연히 상대팀 팬들까지 고개가 숙여진다. 그런 선수들이 자기 팀 팬들이 본인의 이름을 불러주는데 경기에 졌다고 무시하고 앞만 보고 들어가는 모습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자기팀 팬들에게 최소한의 감사표시를 하는 것은 자신들을 위해 경기장을 찾아주고 90분 내내 쉼없는 응원을 보여주는 팬들을 향한 최소한의 예의다. 부디 우리 선수들이 그러한 부분을 간과하지 말았으면 한다. 성적과 관계없이 꾸준한 팬들의 응원을 바란다면, 반대로 성적과 관계없이 팬들을 향한 꾸준한 예절과 예의도 필요하다고 본다.

  아무튼 이렇게 신생팀 광주FC의 전반기는 막을 내렸다. 사실 말이 전반기이지 이번 주 토요일 바로 인천과의 원정경기가 예정되어있다. 그러나 이미 전반기 목표를 초과달성한 우리 광주 선수들이 후반기에는 전반기의 부족한 부분을 더욱 더 보충하여 충분히 더 나은 모습들을 보여주리라 믿는다. 물론 그것은 경기 내적인 부분과 경기 외적인 부분을 모두 이야기한다. 부디 우리 광주FC가 새로운 경기력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또 다시 멋진 후반기를 보낼 수 있는 팀이 되었으면 한다.

 

-배부환(사진), 광주FC 명예기자 박양태(글)-

 



 평점 및 경기기록 (출처 : 한국프로축구연맹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