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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FC/2011

광주에게 포기란 없다.


  광주FC와 인천유나이티드의 2011 K리그 16라운드 경기. 이번 경기는 광주가 아닌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렸다. 지난 인천과의 리그경기에서 나름대로 괜찮은 활약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0:1로 아쉬운 패배를 맛봤던 광주FC가 이제는 적진에서 지난 패배를 복수할 좋은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결코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인천은 드디어 간판 스트라이커 유병수가 복귀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기가 열리는 지역도 인천이라서 원정팀인 광주에게는 부담스러운 한 판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광주는 분명히 하루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팀이다. 그 예로 광주는 올 시즌 울산을 제외한다면, 한 번 패배를 안긴 팀에게 다시 패배를 한 경우가 없는 팀이다. 0:5의 뼈아픈 패배를 안긴 강원에게 원정에서 1:0의 값진 승리를 거두었고, 마찬가지로 컵대회에서 0:1의 패배를 안긴 부산에게 원정에서 1:1의 극적인 무승부를 만들어냈다. 또한 0:2의 패배를 안긴 전남에게도 홈에서 0:0의 무승부를 만들어냈다. 그만큼 광주는 어제보다는 오늘, 그리고 오늘보다는 내일이 기대되는 팀이다. 비록 홈에서 0:1의 패배를 안겼던 인천이지만, 그리고 유병수가 돌아왔다고 하지만, 여전히 광주에게 기대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사실 이날 경기의 관전 포인트는 김동섭과 박준태의 대결이었다. 두 선수 모두 올림픽 대표팀에 발탁되어 한솥밥을 먹은 선수들이고, 동시에 소속팀에 복귀했다. 그리고 두 선수 모두 소속팀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 전력들이다. 마지막으로 두 선수는 약속이나 한 듯이 이 날 경기에서 한 골씩을 나누어가졌다.

 

  김동섭 선수의 멋진 돌파

 

  먼저 상대팀의 골문을 가른 것은 광주의 김동섭이었다. 상대 선수의 패스를 재치있게 뒷발로 막아낸 김동섭은 지체하지 않고 공격으로 전환하여, 거의 경기장 절반 거리를 단독 드리블로 돌파한 후 멋진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김동섭 특유의 센스와 함께 개인기와 빠른 발이 조화된 멋진 골이었다. 전반 막판에 터진 김동섭의 골 덕분에 광주는 기분 좋게 전반을 1:0으로 리드한 채 마칠 수 있었다.

  후반이 시작되자 명장 최만희 감독은 안성남 선수를 빼고, 주앙 파울로를 투입했다. 이제까지 뛰어본 팀 중에 가장 공략하기 어려운 수비가 인천의 수비였다는 주앙 파울로 선수. 하지만 그의 몸놀림에서 그러한 모습은 결코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그의 몸은 굉장히 가벼워보였다.

  하지만 후반 초반 광주는 아쉬운 실점을 하고 말았다. 골 찬스에서 박기동 선수는 아깝게 골 사냥에 실패했고, 그 안타까움 때문에 한동안 그는 경기장에 엎드려있었다. 최근 골 가뭄 때문에 마음고생이 굉장히 심한 것 같아서 보는 사람마저 안타까움을 느끼게 만드는 그러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주위의 동료 선수들은 그러한 박기동 선수를 쓰다듬어주며 격려했다. 팀워크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줬던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코너킥 상황에서 심적 부담을 가진 박기동 선수의 패스미스가 나왔고, 인천은 몇 안되는 기회 중 하나였던 그 찬스를 곧바로 골로 연결시켜버렸다.

 

  박기동 선수의 슈팅 모습

 

  박기동 선수의 입장에서는 본인이 동점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동료들에게 미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꾸준히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불운과 극심한 골 가뭄에 허덕이고 있는 박기동 선수. 이 날도 그의 플레이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만했지만 아쉽게도 골 사냥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후반 중반에는 인천에게 한 골을 더 헌납하고 말았다. 전재호의 중거리 슈팅이 나왔는데, 상대팀이지만 정말 속 시원한 골이었다. 광주 수비수들이 전재호가 마음놓고 슈팅을 날릴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압박을 해주지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광주 선수들을 탓하기보다는 전재호의 슈팅을 칭찬하는게 더 맞는 상황이었다.

  어쨌거나 1:2의 리드를 당한 채 경기는 종반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최만희 감독은 실점 이후 김동섭과 박기동을 모두 빼고 유동민과 안동혁을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그리고 결국 후반 38분 주앙 파울로의 벼락같은 중거리 슛으로 승부는 2:2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주앙 파울로의 슈팅은 골대 뒤 정면에서 봤을 때에는 당연히 아웃될 공으로 느껴졌지만, 실제로는 무시무시한 궤적을 그리면서 골대 한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 환상적인 골이었다. 골도 골이지만, 이후의 골 세리머니는 더 환상적이었다. 바로 잔디에 슬라이딩을 하는 주앙 파울로 선수와 주위에 엉켜 그를 누르는 동료 선수들. 보는 이의 입장에서는 정말 훈훈한 광경이었다. 동시에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심장이 터져라 뛰는 우리선수들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좋은 경기였다.

  이 날 경기에서는 허재원과 주앙 파울로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굉장히 돋보였다. 특히 허재원 선수는 이 경기를 벼르고 나온 듯 한 모습이었다. 상대 선수가 공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그들을 압박하면서 괴롭혔고, 공을 향해 수시로 몸을 날렸다. 특히 후반에 아웃되는 공을 향해 사이드 라인까지 달려들어서 슬라이딩을 하며 공을 살려낸 부분은 단연 압권이었다. 그의 이러한 헌신적인 플레이는 확실히 우리 어린선수들이 배워야 할 점이라고 본다.

  주앙 파울로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투입되어 평소에 비해 긴 시간을 뛰었던 주앙 파울로. 하지만 그는 그 긴 시간동안 오히려 더 열심히 뛰었다. 본인의 약점으로 수비가담을 골랐던 주앙 파울로는 이 날 열심히 수비가담도 하면서 공격을 했다. 특히 상대 선수에게 달려들어 볼을 뺏고 반칙을 유도하며 프리킥을 얻어낸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정말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뛴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을 수 있었다.

  비록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박기동 선수 역시 몸이 굉장히 가벼워보였고, 김동섭과의 호흡 및 주앙 파울로와의 호흡도 좋았다. 결정적인 슈팅도 몇 차례 나왔다. 오랜만에 나온 박희성 선수 역시 멋진 킥을 통해서 여러 차례 광주의 기회를 제공했다. 수비는 임하람이 부상으로 결장했지만, 유종현과 이용, 정우인이 튼튼한 벽을 구축했다. 특히 유종현의 헤딩은 상대 선수들의 힘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압도적인 제공권을 자랑하는 유종현 선수

 

  인천이 고향인 김은선은 전투력이 두 배는 상승한 것 같아보였다. 중간중간 들것에 실려나가고 들어오기를 반복했지만, 그의 플레이는 여전히 위력적이었고, 이승기와의 허리라인도 든든했다. 또 한 명의 인천 출신인 임하람이 나오지 않은 것이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였다.

  어쨌거나 광주는 후반기 첫 경기를 무승부로 마무리하며 승점 1점을 추가했다. 또한 0:1의 패배를 안겼던 인천에게 더 이상은 승리를 허용하지 않았다. 사실 1:1로 비겼던 부산과의 경기처럼 이 경기도 후반 막판으로 갈수록 패색이 짙어질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하지만 약속이나 한 듯이 주앙 파울로는 경기 종료직전 팀을 구해내는 멋진 골로 승점 1점을 선사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는 무승부지만, 부산전이든 이 경기든 광주의 입장에서는 승리와 큰 차이가 없는 경기였다. 반면 상대팀의 입장에서는 다 이긴 경기를 역전패 한 것과 다름없는 기분일 것이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한 번 역전을 당하면 뒷심부족으로 더 이상 기운을 내지 못하고 맥없이 무너졌던 광주FC 선수들. 물론 하고자하는 정신력은 그 때나 지금이나 큰 변함이 없겠지만, 확실히 경험을 무시하기는 힘들 것 같다. 끝까지 해보겠다는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과 매일매일 더해지는 경험들이 하나가 되었기 때문에 이런 멋진 명승부들이 꾸준히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제 다음 경기는 홈에서 열리는 강원과의 경기다. 비록 컵대회에서는 0:5의 뼈아픈 패배를 당했지만, 곧바로 리그 원정에서 1:0의 승리를 통해 설욕했던 광주FC. 이제 두 차례의 강원 원정을 마치고 홈에서 열리는 강원과의 경기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홈경기에서 홈 관중의 응원을 바탕으로 새롭게 중위권 혹은 상위권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놓는 광주가 되길 기대해본다. 심장이 뛰는 한 광주답게!

 

-광주FC (사진), 광주FC 명예기자 박양태(글)-

 

평점 및 경기기록 (출처 : 한국프로축구연맹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