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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FC/2011

잔칫상 차려라! 광주가 간다!

  광주FC와 대구FC의 2011 K리그 22라운드 경기. 이 경기는 지난 두 시즌 동안 대구세계 육상 대회의 개최 준비로 인하여 대구 월드컵 경기장을 사용하지 못했던 대구FC가 다시 대구 월드컵으로 돌아오게 된 역사적인 복귀전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이 경기는 22라운드 경기가 연기되어서 열린 경기였다.

  대구는 역사적인 복귀전을 기념하여 여러 가지 행사들을 준비했다. 가수를 초청하기도 했고, 세계적인 미녀들도 불렀다. 또한 경품으로 승용차 11대를 걸기도 했다.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만한 부분이었다. 워낙 큰 경기장이라서 웬만큼 사람이 와서는 티도 안나는 곳이었지만, 그래도 2만의 관중이 왔으니 대구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괜찮은 잔칫상을 차린 것 같았다.

  대구는 올 시즌 첫 경기에서 광주를 만나 3:2로 패하고 말았다. 원정경기라고 하지만 신생팀인 광주에게 세 골이나 허용하며 패했다는 것은 자존심이 충분히 상할만한 일임에 틀림없었다. 그래서 대구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이번 경기를 통해 광주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상황은 대구에게 유리해 보였다.

  광주는 특급 에이스 이승기 선수가 국가대표에 차출되었고, 김동섭 선수가 부상으로 결장하게 되었다. 또한 이 날 선발 엔트리에는 허재원, 박병주, 김수범 선수가 빠졌다. 순식간에 주전 선수 다섯을 잃어버린 광주에게 이 경기는 분명히 부담스러운 경기였다. 또한 원정경기라는 부분 역시 결코 달갑지는 않았다.

  하지만 공은 둥근 것이기 때문에 경기는 해봐야 아는 것이다. 이 날 경기에서 주축 선수들이 빠진 자리에는 안성남, 정우인, 박현, 임선영 선수가 배치되었다. 하지만 다른 팀에 비해서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광주의 입장에서는 기존 멤버가 빠졌다고 하더라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었다. 그러나 약간의 불안감이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경기가 시작하니 그러한 불안감은 점점 더 높아졌다. 킥오프를 하러 누가 나오나 싶었는데, 5번을 달고 있는 임선영 선수가 등장했다. 수비수로 경기에 출장하던 선수가 공격수로 출장하게 된 것이다. 필자는 뭔가 잘못 본 것이 아닐까 싶어서 몇 번이고 확인했지만, 분명히 임선영 선수가 맞았다. 놀라운 일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필자의 돼먹지 않은 불안감은 기우에 불과했다. 임선영 선수는 이 날 본인의 포지션에서 충분한 활약을 보였다. 경기 초반 박현의 오른쪽 측면 돌파와 임선영 선수의 쇄도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그들은 여러 차례 대구의 수비진을 농락시키면서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박현 선수의 플레이는 그 가운데서도 더욱 인상적이었다.

 

 

  결국 두 선수의 눈부신 활약은 끝내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말았다. 전반 9분 만에 임선영 선수는 정우인 선수에게 멋진 패스를 뿌렸고, 정우인 선수는 이를 놓치지 않고 중거리 슛으로 연결시켰다. 그리고 이 슛은 놀라운 궤적을 그리면서 골대로 빨려 들어갔다. 처음에는 상대 수비수를 맞고 꺾여 들어간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여러 차례 그 장면을 보니 분명히 공은 상대 선수의 몸에 맞지 않았다. 기가 막히는 골이었다. 동시에 이 골은 정우인 선수의 리그 데뷔 골이 되었다.

 

 

  정우인의 골이 들어가자 광주는 더 미치기 시작했다. 대구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광주의 골문을 여러 차례 노렸지만, 광주는 수비적으로 나가면서도 여러 차례 역습을 시도했다. 결국 전반 내내 놀라운 활약을 보이며 오른쪽 측면을 쓸고 다녔던 박현 선수는 안성남 선수를 향하여 자로 잰 듯한 크로스를 날렸고, 안성남 선수는 이것을 낚아채며 골로 연결시켰다. 시즌 초반 그토록 많은 골 찬스가 있었음에도 불운으로 인하여 골 맛을 보지 못했던 안성남이 이제서야 광주에서 골 맛을 보게 된 것이다. 보는 사람마저 울컥하게 만든 명장면이었다. 결국 광주는 이 두 골 덕분에 2:0으로 깔끔하게 전반전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구는 결코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었다. 그들은 후반전을 단단히 준비하고 나왔다. 그 중에서도 마테우스와 송제헌의 조합이 상당히 위력적이었다. 그들은 여러 차례 광주의 골문을 위협했고, 결정적인 찬스도 줄줄이 만들어냈다. 결국 광주는 박현을 빼고 임하람을 투입하며 수비벽을 두텁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문전 혼전 상황에서 대구는 유경렬이 한 골을 넣게 된다. 워낙 경황이 없는 상황이라서 그 누구도 손을 쓸 수 없었다. 그리고 이 골을 통해 분위기는 급격히 대구쪽으로 쏠리게 되었다. 이후 대구 선수들은 마음먹은대로 자신들의 플레이를 펼쳤다. 마치 개막전 패배의 복수는 이제부터라는 모습이었다.

 

 

  반대로 광주는 이들의 파상공세를 막아내기 버거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광주 선수들 역시 결코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다. 양쪽 사이드 뒷 공간이 여러차례 돌파당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광주의 정신적 지주 박호진 선수는 더 이상의 자비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여기저기 가리지 않고 쉴새없이 몸을 날리며 상대의 날카로운 창을 방어해냈다.

 

 

  또한 대구는 공중볼 상황을 여러 차례 만들며 골문을 노렸다. 하지만 필자는 대구가 이 날 했던 공격 방법 가운데 가장 어리석은 짓이 이게 아니었나 싶다. 이들의 공중볼을 비웃기라도 하듯 유종현 선수와 임하람 선수는 큰 키를 바탕으로 거의 모든 공중볼을 따냈다. 상대팀 선수보다 머리 하나 높이정도는 위에서 헤딩을 해버리는 바람에 대구로서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결국 그들은 높이싸움에서 완패했다.

  이후 광주는 임선영과 안성남을 빼고, 조우진과 주앙파울로를 투입했다. 이들의 타고난 스피드를 바탕으로 상대 수비진을 휘젓고 맞불 작전을 펼치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덕분에 후반을 거의 압도적으로 지배했던 대구는 경기 막판 여러 차례 위험한 상황을 맞았다. 특히 주앙 파울로 선수의 돌파가 위력적이었다.

 

 

  그러나 이 경기 최고의 수훈 선수는 누가 뭐래도 박호진 선수였다. 아마 박호진이 없었다면 광주는 대량 실점했을 것이다. 정말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만한 상황이 너무나도 많이 연출되었다. 이 날 박호진 선수의 선방 장면만 모아서 편집하더라도 족히 웬만한 선수의 스페셜 동영상 한 편 정도는 될 것이다. 이 날 경기 MOM에는 평점 7.5를 받은 정우인 선수가 선정되었으나 필자는 이 날의 MOM으로 박호진 선수를 뽑고 싶다. 그만큼 그의 활약은 대단했다. 전·후반 토탈 25개의 슈팅, 그리고 그 가운데 12개가 유효슈팅. 그리고 기록된 것 이외에도 결정적인 찬스가 많았으나 그 때마다 몸을 사리지 않는 선방으로 광주의 골문을 지켜낸 그의 활약은 보는 사람을 울컥하게 만들 정도였다.

  결국 박호진 선수의 엄청난 선방과 우리 선수들의 멋진 활약 덕분에 광주는 원정에서 2:1로 멋진 승리를 거두며 귀한 승점 3점을 획득했다. 동시에 대구는 올 시즌 강원, 성남에 이어 광주에게 홈과 원정에서 모두 패한 영광스러운 세 번째 팀이 되었다. 또한 광주는 네 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달렸다. 이는 올 시즌 광주의 최다경기 무패행진 기록이다. 또한, 광주는 이 날 경기에서 시즌 8승을 달성했는데, 이 기록은 역대 시민구단 데뷔 시즌 최다승이다. 광주로서는 남의 잔치에서 우리 잔치만 실컷 하고 온 셈이 되어버렸다. 아직 광주에게는 올 시즌 세 경기가 더 남아있는데,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최다경기 무패행진과 시즌 10승 역시 꿈같은 이야기만은 아니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본다.

  하지만 이 날 필자를 가장 놀랍고 기쁘게 했던 것은 골을 넣은 선수와 어시스트를 기록한 선수들의 명단이다. 이날 광주가 기록한 두 골은 모두 이 날 오랜만에 선발출전한 안성남, 정우인, 박현, 임선영이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다. 아마 일부러 이런 결과를 만들려고 작정해도 이런 결과가 나오기는 힘들 것이다. 최만희 감독의 용병술에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그리고 감독의 기대에 200% 부응하며 팬들에게 멋진 볼거리를 선사한 이 선수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동시에 광주FC는 몇몇의 스타플레이어가 주도하는 팀이 아닌, 팀 구성원 모두가 하나가 되어 이끌어 가는 팀이라는 것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어쨌거나 광주는 막판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의 희망을 가진 팀들을 차례로 요리하고 있다. 이제 광주에게 남은 경기는 전남, 수원, 대전이다. 특히 다음 경기 상대인 전남은 아직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는데, 결코 광주를 만만하게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그 이유는 앞서 광주와 경기를 가졌던 성남과 부산, 울산, 그리고 대구를 보면 알게 될 것이다. 비록 6강 플레이오프와는 멀어졌지만 광주의 마지막 한 경기 한 경기는 모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가 될 것이다. 이제 광주는 이번 주말 광양에서 전남을 상대한다. 과연 같은 호남지역 팀과의 경기에서 광주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광주의 선전을 기원한다.

 -광주FC 서포터 정시내(사진), 광주FC 명예기자 박양태(글)-


평점 및 경기기록 (출처 : 한국프로축구연맹 홈페이지)